5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국회 앞에서 국방 예산 증액을 위해 공휴일을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노조 추산 약 5만여명이 참가했다. [로이터]
5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국회 앞에서 국방 예산 증액을 위해 공휴일을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노조 추산 약 5만여명이 참가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덴마크 정부가 국방예산 확대를 위해 공휴일 일부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수도 코펜하겐에서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정부는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휴일 일부 폐지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코펜하겐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노조 추산 5만여명이 모여 정부 대기도일(Great Prayer Day)의 공휴일 지정을 폐지 방침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덴마크에서 벌어진 10여년 만의 최대 규모의 시위다.

한 60대 시위 참가자는 “일반적으로 공휴일 폐지는 노동자들과 논의가 돼야한다”면서 “이 법안은 기각될 것이며, 우리는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앞서 덴마크 정부는 지난달 중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위기가 고조되자 국방비 확대 작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11가지인 공휴일 가운데 대기도일을 제외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휴일 일부를 일반 근무일로 전환함으로써 생산성과 경제활동 효과를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루터교가 국교인 덴마크는 1686년부터 매년 부활절을 지낸 뒤 돌아오는 네 번째 금요일을 대기도일로 지정해 기념한다.

5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국회 앞에서 국방 예산 증액을 위해 공휴일을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노조 추산 약 5만여명이 참가했다. [EPA]
5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국회 앞에서 국방 예산 증액을 위해 공휴일을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노조 추산 약 5만여명이 참가했다. [EPA]

덴마크 정부는 이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이 기존보다 94억크로네(약 1조7000억원) 증가하고, 재정 확대 효과도 32억크로네(약 577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회원국에 권고하는 국방비 수준인 ‘GDP 대비 2%’ 목표를 기존 계획보다 3년 가량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야당과 노조, 국민들은 즉각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말 기준 약 45만명의 국민들이 ‘휴일 철폐 반대’ 온라인 탄원서에 서명했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의 지지율은 22.8%로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학자들은 공휴일 폐지 법안과 관련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실효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덴마크 노동 시장의 경우 임금과 노동시간이 국가가 아닌 노동자와 고용주 간 단체협약에 의해 규제되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근로 현장에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는 야당과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달 관련 질문을 받고 “유럽에 전쟁이 진행 중이고, 우리는 우리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모두가 조금씩 더 기여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OECD 자료에 따르면 덴마크인들은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보다 적은 시간을 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