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사라졌던 일상·예술 회복

흑사병 끝난뒤 피렌체 부흥 새기며

2월 8~12일 온오프 확장 페스티벌

음악·미술·건축 등 120팀이상 참가

김수철·최백호·잔나비 등 호화 라인

‘경록절 마포 르네상스’ 술렁이는 홍대앞
‘인디계의 시조새’크라잉넛 한경록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난 뒤의 ‘2023 경록절 마포르네상스’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마침내 ‘마포 르네상스’가 도래한다. 2005년 시작된 ‘인디계의 시조새’ 크라잉넛 한경록의 ‘요란한 생일잔치’는 더 크고 거창해졌다. 올해로 14년째 이어지는 홍대 최고 명절 ‘경록절’은 ‘마포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30일 캡틴락컴퍼니에 따르면 다음 달 8∼12일 5일 동안 종합 예술 페스티벌 ‘2023 경록절 마포 르네상스’가 열린다. 한경록의 생일인 2월 11일 열렸던 ‘경록절’ 파티가 확장된 행사다.

올해로 데뷔 28주년을 맞는 밴드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인 ‘캡틴락’ 한경록의 생일잔치는 홍대 앞 최대 페스티벌이다. 지난 2년간 대면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확장해 개최한 지난해 ‘경록절’은 100여 팀의 인디 음악인들에게 무대를 마련해줬다. 작업실, 연습실 등 각자의 소중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음악을 지켜가는 108팀의 공연이 3일간 열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사람이 좋아서” 시작됐던 생일잔치는 ‘인디신의 대선배’로 후배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지켜주기 위한 생존의 장으로 자리하게 됐다. 한 사람의 시끌벅적한 생일잔치가 대중음악계의 토양을 다지는 역할까지 한 것이다. 한경록이 “한 땀 한 땀 수공예품처럼 만든 페스티벌”인 경록절은 2022년 한국대중음악 특별상도 받았다.

‘경록절 마포 르네상스’ 술렁이는 홍대앞
‘2023 경록절 마포르네상스’.[캡틴락컴퍼니 제공]

올해는 마침내 대면공연으로 귀환한다.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페스티벌이다. 특히 ‘2023 경록절’은 음악을 비롯해 미술, 문학, 과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가 120팀 이상 참여한다. 홍대 왓챠홀, 마포아트센터를 비롯한 서울 마포 일대가 경록절로 뒤덮인다.

캡틴락컴퍼니 관계자는 “어려웠던 코로나 시국을 함께 극복하고, 사라졌던 일상과 문화예술을 다시 회복하는 과정에서 올해 경록절을 온오프라인으로 통합해 개최하게 되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침체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꾸준하고 묵묵하게 작업을 이어온 예술가들의 모습에서 위로와 치유, 극복과 희망의 마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날 개막식은 홍대 왓챠홀에서 열린다. 코로나19 이전 5년간 ‘경록절’ 행사를 열었던 곳에서 오프라인 공연 부활의 신호탄을 알린다. 특히 “왓챠홀은 개막식에 맞춰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라고 캡틴락컴퍼니 관계자는 귀띔했다. 개막식에선 밴드 공연을 열고, 성인 관객들에겐 수제맥주도 제공한다.

공연은 유튜브 크라잉넛 오피셜 채널을 통해 생중계로 송출된다. 제비다방, 얼라이브홀, 우식궁 등 홍대 여러 공간에서도 생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 둘째날과 셋째날은 온라인 공연으로, 넷째날은 ‘로큰롤 시티투어’를 타이틀로 제비다방, 네스트나다, 클럽FF 등 홍대 앞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이 열린다. 마지막날엔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플레이맥, 스튜디오3에서 공연과 강연, 관객 참여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올해에도 라인업이 화려하다. 크라잉넛을 비롯해 김수철 이적 최백호 잔나비 멜로망스 딕펑스 곽푸른하늘 레이지본 등의 음악인은 공연으로, 김창완(산울림), 백현진, 조문기, 신창용, 이상면(크라잉넛), 보보(노브레인)는 미술가로 전시에 참여한다. 전시 참여 작가들은 음악과 미술 작업을 함께 하거나 음악과 밀접한 작업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로 구성됐다. 이들의 8인전이 ‘2023 경록절’이 진행되는 5일 동안 마포아트센터 갤러리맥에서는 열린다.

‘캡틴락’ 한경록은 “흑사병의 유행이 끝나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르네상스를 통해 문화예술이 부흥하기 시작했듯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나고 난 뒤에 우리나라에서도 다시 한번 우리의 문화예술을 꽃 피울 ‘마포 르네상스’를 열겠다”며 “우리 모두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이며, 서로에게 메디치 가문 못지 않게 응원을 보탤 것을 믿는다. ‘2023 경록절 마포르네상스’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