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최고경영자가 최근 ‘완전히 바뀐다(Sea Change)’는 제목의 메모를 발간했다. 월가에서 가치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막스의 메모는 워런 버핏이 e-메일함에서 가장 먼저 찾아 읽는다고 해 더욱더 유명하다.
막스의 메모에 따르면 투자 53년 동안의 수많은 변화 중 상전벽해급 변화가 2번 있었다고 하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찾아온 이번이 3번째다.
막스는 2022년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강행하면서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며, 사모펀드 호황기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임기 당시 증시에 나타난 정도의 대격변이 이번에도 일어나게 된다고 예견한다.
구체적으로 인플레이션은 한동안 우리가 익숙해졌던 수준보다 더 높게 유지되고,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는 과정에서 결정되는 금리는 앞으로 더 올라가며 언제 내리게 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향후 12개월 내지 18 개월 동안 지속될 경기침체는 경제학자와 투자자 사이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 결과, 기업의 수익 및 투자심리 악화가 동시에 일어나며, 자금 조달을 위한 신용시장 상황이 조만간 완화되지 않고, 채무불이행률이 얼마나 높아질지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2021년 이전에 효과적이었던 투자 전략은 이제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지난 20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 시대에 높은 수익률을 올렸던 투자자들 또한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 대형 로펌 변호사들에 의하면 채권시장의 발작을 가져온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기 한두 달 전부터 이미 전조 증상이 발견되었다. 부실 뇌관은 부동산 PF 대출이다. 부동산개발회사(시행사)는 로펌에 디폴트를 선언할지 묻고, 시행사에 돈을 빌려 준 금융사들은 담보 실행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2023년 2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부동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만 29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부동산 PF 대출이 문제가 됐던 1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연말에 발간한 ‘부동산PF 위기 원인 진단과 정책적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40개 업체의 사업장 233곳 중 31곳이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상황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호황기에 무리하게 투자를 늘린 기업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어느 회사가 좋은 기업인지, 누가 진정 훌륭한 투자자인지 잘 구별되지 않는다. 그러나 위기가 닥치면 훌륭한 기업과 투자자가 그 진가를 발하게 된다. 버핏의 말처럼 썰물이 돼야 비로소 누가 벌거벗고 수영을 했는지 알게 된다.
위기가 찾아오면 사업이 안정적이지 않고 현금이 부족한 기업은 도산하게 된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과다한 레버리지를 이용해 위험자산에 투자한 사람은 반대 매매를 당해 파산하게 된다. 이런 혹독한 과정을 버티고 살아남은 기업과 개인은 커다란 수익을 올리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본주의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 기업과 투자자들이 지혜를 모아 상생의 방안을 마련해 위기를 잘 견디어냈으면 한다. 새해에 완전히 바뀐 세상에 적응해서 살아남은 기업과 투자자에게는 커다란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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