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판매 제한으로 제약사 줄도산
이부프로펜 최대 생산국인데 공급난
뒤늦게 의약품 심사 가속화 결정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중국 당국이 해열제 등 약품 판매 규제 완화와 증산 등 기본적인 대응 조치도 없이 코로나 방역을 완화하면서 해열제 대란이 벌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싸이보란 등 현지 매체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 3년간 한 명의 코로나19 감염자도 허용하지 않는 ‘제로 코로나’를 시행하며 해열제와 기침 해소제,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등 '4종류의 약' 판매를 엄격히 규제했다.
이달 3일 규제가 풀리기 전까지는 의사 처방을 받은 뒤 약국에 실명 등 신상 정보를 등록해야 소량만 구매할 수 있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감염자들이 이들 약을 먹고 증세를 숨긴 뒤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응하지 않는 것을 우려해 이같은 방침을 고수했다. 이러한 정책 탓에 중국인들은 이들 약품을 상비약으로 구비할 수 없었고, 제약사와 판매상들은 판매 급감으로 운영난을 겪었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4종류 약을 생산하는 제약사와 유통업체들이 지난 3년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줄줄이 도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방역 완화와 함께 4종류 약의 유통 통제가 풀렸지만, 제약사들은 명확한 지침을 받지 못했고 일부 지역은 이들 약품에 대한 통제를 완전히 해제하지 않았다”며 “살아남은 제약사들은 선뜻 대량 생산과 재고 확보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의약 전문가 100여 명이 활동하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신의 ‘병원원장’ 계정에는 “방역을 완화하기에 앞서 당국은 제약사들에 생산을 늘리라는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며 방역을 위한 기본적인 사전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는 “중국에는 해열진통제인 이부프로펜을 생산하는 업체가 500여 개에 달하고, 원료약도 충분하다”며 “절반의 기업이 방역 완화 한 달 전에 생산 라인을 정상 가동했다면 지금과 같은 공급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부프로펜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생산하지만, 지난 7일 방역 완화 추가 조치 이후 공급난과 사재기가 겹쳐 해열진통제 수급이 차질을 빚고, 가격이 수 배씩 급등했다.
특히 해열 진통제 품귀 현상이 나타나자 많은 지역이 외지 유출을 막아 생산 업체가 없는 지역의 공급난이 가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국가의약품감독국 황궈 국장은 법에 따른 긴급 승인 절차를 가동해 코로나19 임상 진료에 급히 필요한 의약품의 심사와 승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중국 당국은 5종의 코로나19 백신을 조건부 승인했으며, 8종류의 다른 백신에 대해 긴급 사용 승인을 했다. 또 치료약 11종과 각종 검사 시약 128종을 승인한 바 있다.
아울러 이미 시판됐으나 공급량을 크게 늘려야 할 상황인 약품은 각급 의약품 감독 관리 부문이 적극적으로 승인 변경 절차에 임해 해당 기업이 위탁 생산 등 증산 방법을 채택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why3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