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개발 전문가 전면에

그룹 첫 비오너가 출신 여성 사장

“성별·국적 불문하고 인재영입”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입니다.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합니다.”

이재용(사진) 회장이 지난 10월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 사장단 간담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재계 1위 삼성이 5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회장 취임 이후 첫 인사를 통해 기술·글로벌·여성 등 삼성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대응 메시지를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이번 인사에서는 기술 인재들이 대거 중용됐다. 사장으로 승진한 남석우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과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이 사장단 간담회에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강조한 부분과 일치하는 맥락이다.

비(非)오너가 출신 최초 여성 사장이 탄생한 점도 이 회장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은 2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그동안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이 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장(부사장)이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러한 기조가 180도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사장은 유니레버·로레알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다. 갤럭시 시리즈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삼성전자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지난달 LG그룹은 이정애 LG생활건강 음료사업부장(부사장)이 사장(CEO)으로 승진하면서 4대 그룹 중 최초로 여성 임원을 계열사 CEO에 임명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도 이번 인사에 담겼다. 신임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사장)은 중국총괄과 중국전략협력실 부실장을 역임하며 반도체 등 중국 내 사업 확대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보직이 변경된 승현준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글로벌R&D협력담당 사장은 AI(인공지능) 분야 최고 전문가로 우수한 연구능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속 활용해 해외 주요대 및 선진 연구소와의 R&D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우수인재 영입에 집중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부사장단 인사에서는 젊은 인재 육성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가 담길 전망이다. 이 회장은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 부문장의 ‘투 톱’ 체제를 유지했다. 현 체제가 1년이 된 만큼 일단 조직 외형은 유지하되 부사장급 이하의 임원 인사를 통해 쇄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