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 ‘안건조정위원회’도 주도권 확보
과반의석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 안전운임제 등 쟁점법안 단독처리에 시동을 걸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로 방어에 나섰지만, 수적 열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도권을 민주당에게 뺏긴 형국이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사실상 ‘유일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에선 당연히 반대지만, 민주당이 밀어붙이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냐”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및 정의당까지 가세해 추진하는 법안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에 단독 상정했다.
박 의원은 “환노위 위원장도 민주당 아니냐.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단독으로 추진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국민의힘에서 요청해야 한다. 여당이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안전운임제’를 다루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당 간사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협상의 의지가 없는 거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3년 연장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지난 2일 단독으로 법안소위를 열고 법안을 상정했다. 김 의원은 “국회법 절차상 이런식으로 (법안이) 상임위를 넘어가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고려해야 한다. 여태까진 (대통령실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국회 입법을 다 받아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건조정위원회를 꾸려도 90일 임기를 지키지도 않고 바로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이례적이다. 자칫 정부에 부담을 주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건조정위원회가 거대 야당에 의해 잇따라 무력화하면서 여당이 쥘 수 있는 패가 ‘거부권 행사’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건조정위는 쟁점 법안에 대해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처리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국회법 상 제도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 소위를 대신하는데, 소수당의 목소리를 법안에 담을 수 있도록 숙의 기간(90일)을 두고 있다. 안건조정위 통과 기준도 일반 상임위 기준(과반)에 비해 3분의 2 찬성으로 높다. 그러나 야당은 이같은 통과 기준을 무소속 위원을 안건조정위에 배치하는 방법으로 우회해왔다.
대표적 예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다. 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된 이 법안은 민주당 출신이었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검수완박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탈당해 안건조정위에 배치되면서 ‘위장 탈당’ 논란이 인 바 있다.
지난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서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방송법 단독 의결을 막고자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했으나, 민주당은 박완주 무소속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했다. 결국 안건조정위는 시작된지 2시간 50분만에 종료됐다. 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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