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수주에 도전한다. 서울시의 44배에 달하는 거대 사막 도시에 네이버가 태극마크를 달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그대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컴퓨터 속에 쌍둥이 사물을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건설비용이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 네이버의 제2사옥 1784에 집약적으로 적용돼있다.
23일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네이버 1784에서 기자들을 만나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네이버 기술에 대한 발표를 했고, 1대 1 상담하는 세션도 있었다”며 “정부 관계자들과 기업들도 와서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우디 주요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꾸린 지원단 중 하나로 사우디를 방문했다. 최첨단 기술이 총집합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 사우디 측이 관심을 가지며 성사된 만남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목을 끈 건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기술이었다. 강 리더는 “전반적으로 디지털 트윈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며 “어떻게 만드는지, 어디에 쓸 수 있는지, 어떤 업체와 협력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이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수주를 위한 행보는 본격 시작됐다. 이날 디지털 트윈 솔루션 ‘아크아이’를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된 서비스는 베타 버전으로 시장의 수요와 반응을 살핀 뒤 내년 2월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아크아이는 매핑 로봇(M2), 백팩 등 디바이스를 통해 대규모 공간을 고정밀 매핑 및 측위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대형 쇼핑몰·빌딩·공항 등의 대규모 실내 공간, 도보로 연결되는 실외 공간을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으며 고정밀 3차원 지도제작을 위한 공간 데이터 프로세싱,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스토리지, 2차원(2D) 지도 제작 기능, 인공지능(AI) 기반 측위 API 등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서울시가 네이버와 함께 진행한 3차원(3D) 지도 ‘S맵’에 해당 기술이 활용됐다. 디지털 트윈을 위한 매핑 디바이스가 도시의 구석구석 수 많은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이 클라우드에서 처리됨에 따라 정밀하고 현실과 똑같은 지도가 완성된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완성된 싱가포르 지도 사례와 비교해보면 가격이 10분의 1 이하로 저렴하다는 게 네이버 설명이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부문장은 “디지털트윈 기술을 가지고 자율주행이나 로봇 서비스까지 연계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의 장점”이라며 “스마트시티 관점에서 보면 로봇과 자율주행이 빠지지 않는데, 그런 지도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에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게 우리의 경쟁력 아니겠느냐”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네이버의 네옴시티 기술수주와 관련, 사우디와의 논의는 아직 초기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측은 "사우디에 기술을 소개하러 간 것이며 수주를 아직 한 게 아니다"라며 "구체적 사항은 협의를 해나가야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