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억원 흥행 대작의 아시아 초연

‘물랑루즈!’, 12월 20일 블루스퀘어

퀸, 비욘세, 아델…70여개 팝 매시업

“원작 영화보다 풍성해진 음악의 매력”

한국 배우들, 다채로운 색채 매혹적

뮤지컬 ‘물랑루즈!’의 협력 연출을 맡은 맷 디카를로, 협력 안무가 대니엘 빌리오스, 협력 연출 저씬타 존, 음악감독 저스틴 르빈(왼쪽부터) [CJ ENM 제공]
뮤지컬 ‘물랑루즈!’의 협력 연출을 맡은 맷 디카를로, 협력 안무가 대니엘 빌리오스, 협력 연출 저씬타 존, 음악감독 저스틴 르빈(왼쪽부터) [CJ ENM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퀸, 티나 터너, 노 다웃…. ‘하나의 넘버’ 안에 무려 20개의 팝 음악이 섞였다. 뮤지컬 ‘물랑루즈!’에 등장하는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다.

“1막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 곡은 20개의 곡을 잘게 쪼개 두 남녀 주인공이 주고받으며 불러요. ‘물랑루즈’에서 가장 어려운 넘버이기도 하고, 굉장히 많은 챌린지를 가진 곡이에요.”

개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물랑루즈!’(12월 20일·블루스퀘어)의 음악감독인 저스틴 르빈은 이 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무대는 1899년의 파리로 관객을 데려간다. 카바레 ‘물랑루즈’ 최고의 스타인 사틴과 무명의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만남. 두 사람은 운명처럼 서로를 알아보고,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2001년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아 국내에서도 사랑받은 인기 영화는 스크린을 벗어나 생생한 라이브를 관객과 만난다. 2019년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지난해 토니상 작품상을 비롯해 10관왕을 차지한 ‘흥행 대작’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당도했다. 제작비만 해도 무려 396억원(2800만 달러)에 달하고, 매회 막대한 양의 음악 저작권료도 지불해야 한다.

뮤지컬 ‘물랑루즈!’의 저스틴 르빈 음악감독 [CJ ENM 제공]
뮤지컬 ‘물랑루즈!’의 저스틴 르빈 음악감독 [CJ ENM 제공]

저스틴 르빈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 블루레인라운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뮤지컬은 원작 영화보다 음악이 훨씬 풍부하다”며 “영화가 나온 뒤 20년간 유행한 훌륭한 팝 음악들을 자유롭게 사용해 한층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20여년간 사랑받은 인기 콘텐츠가 원작의 아우라를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CJ ENM은 브로드웨이 개막 당시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에 참여한 뒤, 국내 무대에 올리기까지 4년의 시간을 들였다. 브로드웨이 원작은 7개월의 오디션을 거쳐 낙점한 한국 배우들, 한국어 번역과 함께 다시 태어난다. 번역은 지난해 CJ ENM 뮤지컬 ‘비틀쥬스’ 초연을 함께 한 김수빈 번역가가 맡았다.

이 뮤지컬의 가장 큰 힘은 ‘음악’이다. 원작이 뮤지컬 영화인 덕에 대부분의 넘버를 고스란히 살렸다. 거기에 3개 대륙에 걸쳐 160년 동안 사랑받아온 음악 70여 곡이 편곡돼 담겼다. 마돈나, 시아, 비욘세, 레이디 가가, 아델, 리한나 등 시대를 관통한 팝스타들의 음악이 대거 수록됐다.

저스틴 르빈은 “영화를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최우선 목표로 둔 것은 원작을 최 대한 존중하면서 확장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예주열 CJ ENM 공연 사업부장은 “영화에 비해 현대 팝송을 더 많이 가미했다”며 “여러 개의 팝송이 매시업(두 개 이상의 노래를 섞어 하나로 만드는 것) 형태로 만들어져 하나의 뮤지컬 넘버가 되는 마법을 일으킨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음악은 “사랑, 이별 등 하나의 감정을 3분 안에 전달하는 팝 음악과 달리 복합적인 감정, 스토리의 전개 과정까지 담아내며 매시업”(저스틴 르빈)했다.

특히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는 남녀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한 편의 대서사시 같은 음악으로 풀어냈다.

“사틴과 크리스틴의 마음이 맞아가면서 음악적으로 키를 서로 맞추고, 또 둘이 티격태격하며 이견이 생길 땐 키를 바꾸는 음악적 기법을 활용했어요. 음악 작업은 20개의 노래 가사를 배열해 두 남녀의 스토리에 어울리게 짜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런 다음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이 맞아가는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저스틴 르빈)

뮤지컬 ‘물랑루즈!’의 음악감독 저스틴 르빈, 협력 연출 저씬타 존,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 협력 연출 맷 디카를로, 협력 안무가 대니엘 빌리오스,(왼쪽부터) [CJ ENM 제공][CJ ENM 제공]
뮤지컬 ‘물랑루즈!’의 음악감독 저스틴 르빈, 협력 연출 저씬타 존,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 협력 연출 맷 디카를로, 협력 안무가 대니엘 빌리오스,(왼쪽부터) [CJ ENM 제공][CJ ENM 제공]

큰 사랑을 받은 원작에 20년의 시간 사이 등장한 수많은 명곡을 뮤지컬이라는 그릇 안에 담아낼 수 있던 점은 이 작품의 새로운 매력이다. 저스틴 르빈은 ‘물랑루즈!’에서 음악감독과 오케스트라 편성, 편곡, 추가 작사까지 맡으며 토니상을 받았다. 캐스트 앨범의 공동제작자로 그래미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실력파다.

작품은 캐스팅도 화려하다. 뮤지컬계의 슈퍼스타 홍광호를 비롯해 이충주 아이비 김지우가 남녀 주연배우로 참여한다. ‘물랑루즈!’의 한국 공연 협력 연출가인 맷 디카를로는 “세계적으로 많은 배우와 연출 작업을 해왔는데 한국 배우들이 가진 매혹적인 특징들이 있다”면서 “다채로운 색채를 가졌고, 로맨틱하며 유머러스하다”고 극찬했다.

사실 이 뮤지컬은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오디션 기간이 길어진 것도 주조연을 비롯해 앙상블 배우까지 딱 맞는 배우를 찾는 일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예주열 부장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엄청난 앙상블을 소화할 수있는 배우들을 선발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완벽하게 선발했다”고 말했다.

특히 무대에서 소화해야할 안무가 고난도다. 1막 오프닝의 캉캉부터 현대무용, 재즈를 아우른다. 한국 공연의 협력안무가인 대니얼 빌리오스는 “개인, 듀엣, 그룹 안무 등이 들어가 있어 개개인의 실력은 물론 서로간의 합, 배려심 등 모든 것을 갖춰야 하는 것이 ‘물랑루즈!’ 안무의 특징”이라며 “한국 배우들은 몸 전체를 쓸 줄 알고,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100%를 쏟아붓는 열정이 있다”고 말했다.

개막을 앞둔 제작진의 각오와 기대감이 크다. 저스틴 르빈은 “매형이 한국인이라 한국에 대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고, 막연하게 한국과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한국 관객을 만나게 돼 기쁘다”고 했고, 맷 디카를로는 “한국 배우와 스태프들의 열정과 연기, 실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함께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주열 부장은 “20년간 뮤지컬을 해오며 가장 힘든 작품이 ‘물랑루즈!’가 아닌가 싶을 만큼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20년 커리어 중 가장 좋은 작품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