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이은해와 달리 재정 충분
공범 도피 도우려 전세기 띄운 전력도
해양청, ‘밀항 대비’ 전담반 편성…검문·검색 강화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11일 전자팔찌를 끊고 종적을 감춘 지 나흘이 지났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이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고, 전자팔찌를 훼손하기 전부터 치밀한 사전계획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미 밀항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김 전 회장이 과거 지명수배를 받던 이들과는 달리 충분한 자금이 있고 사전 계획을 세운 정황들을 봤을 때 이미 브로커들을 통해 밀항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충분한 자금력에 밀항 유리…이은해·황주연 때와는 달라
김 전 회장의 보유한 자금은 밀항에 용이할 요인으로 꼽힌다. 지명수배를 받았던 ‘계곡 살인 사건’의 이은해, 전처를 살해한 혐의로 도피 중인 황주연처럼 재정상황으로 인한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은해의 경우 그는 지인으로부터 생활자금과 주거지를 제공받는 방식으로 경찰의 수사망을 피했다. 황주연 역시 재정상황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기에 국내에 은신하고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경우 지난 2019년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의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리고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을 당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전무이사 김모 씨를 해외로 출국시킨 후 도피자금을 제공한 전력이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전세기를 동원해 김씨가 제3국으로 출국하도록 도피를 돕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겸 프로파일러는 “가장 큰 문제는 자금”이라며 “과거 황주연 사건과는 달리 김 전 회장은 충분한 자금력과 도피 루트를 안다는 점에서 이미 해외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브로커를 거쳐 밀항을 시도하려면 최소 수십억원이 들 수도 있지만 (김 전 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자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로 밀항이 어려운 중국보다 러시아 등 유럽으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양청, ‘밀항’ 검문 검색 강화…“도주 의심 선박 파악 안 돼”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해양경찰청에 전화와 공문을 통해 김 전 회장의 밀항에 대비한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 주말 해경청은 경기 평택, 충남 보령, 전북 군산·부안, 전남 목포 등 서해안과 부산, 울산 등 남해안에 각 해경서 소속 경비함정을 추가로 배치했다. 또 김 전 회장이 부산이나 거제에서 일본으로 밀항하거나 평택 등 서해안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밀항 브로커를 통해 대형 화물선을 섭외한 뒤 동남아 국가로 밀항할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
해경청 관계자는 “각 외사경찰관들이 밀항을 대비해 전담반을 편성해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며 “전국 항·포구의 출항 선박을 대상으로도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보통 작은 배는 전화로 출항신고를 할 수도 있지만 사건 이후 누가 탔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산에서 일본까지 40분~1시간이면 가고, 서해에서 출발하면 중국도 1~2시간이면 도착 가능하다”면서도 “아직까지 밀항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선박을 파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도피 전력에…사전 계획 세운 정황도
김 전 회장이 과거 도피 전력이 있다는 점도 그가 이미 국내를 떠났을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말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했다가 이듬해 4월 서울 성북구 한 주택가에서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은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택시를 7차례 갈아타고, 체포 직전까지도 수사관에게 위조 신분증을 제시하는 등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 전 회장이 도주 과정에서 조카 A씨와 휴대전화 유심칩을 바꿔 끼우고, A씨 소유의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빼놓은 점에서 그가 치밀하게 사전 계획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일선 한 경찰서 관계자는 “전국 항·포구에서 순찰과 검문·검색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 나가는 것은 아니다”며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수일이 지났으니 해외로 출발했다면 충분히 당도했을 시간이다.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졌을 시점이면 이미 늦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