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월급봉투·우표…그냥 흔한 물건 수집하는 세 사람의‘ 작은 전시회’
“생활의 흔적을 차곡차곡 모았다”
40~50년에 걸친 땀과 열정의 기록이 역사를 만들고,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사전적으로 수집(蒐集, 收集)은 어떤 대상을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수집의 대상은 우표가 될 수도, 미술품이나 골동품, 화폐가 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보석, 우표, 음반, 영화, 술, 수석, 고서, 미니어처, 카드, 기념품, 배지 등 수집의 대상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수집하는 사람을 수집가(蒐集家)라고 부른다. 고가의 미술품이나 골동품 같은 것을 수집해 수익을 올리는 사람도 있고,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적 자료를 축적하듯 모으는 전문가도 있다.
그렇다면 서민들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모으는 경우는 어떠할까. 한 번 읽고 버리는 신문이나 매월 나오는 월급봉투, 또는 편지나 소포를 부칠 때 쓰는 우표 같은 것….전문적인 수집이라기보다는 그냥 취미로, 또는 버리기 아까워 모으기 시작한 것이지만, 전문가가 비싼 돈을 들여 모은 보물보다 더 값지고 사람들 가슴을 울린다. 수집 기간이 거의 한 평생에 이른다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경외감과 감동을 준다. 전주시 시민놀이터 갤러리 공간에 돈 되는 것이 아닌 흔한 물건을 모은 세 사람이 모여 작은 전시를 기획해 집으로 찾아 보았다.
50년 동안 정기간행물과 신문을 모은 송상천(71세)씨. 지리에 호기심이 많아 중학교 3학년 때 스크랩하며 시작한 신문 수집이 아파트 14층 높이가 됐다. 거주하는 아파트는 산더미가 된 간행물이 미로를 만들고 있다. 오래 전부터 날짜 별로 모으다 보니 활용도가 떨어져 지금은 내용별로 모으고 있다. 그만의 철학도 생겼다. 신문의 제호만 따로 모아 보았는데, 모양을 자주 바꾼 신문은 문제가 있는 신문이란다. “무슨 놈의 얼굴 모양을 자주 바꾸냐. 자주 안 바뀌면 좋겠다”고 말한다.
농촌지도직으로 근무한 이종찬(71세)씨는 첫 월급부터 퇴직까지 40년 동안의 월급봉투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았다. 그 월급봉투엔 한국의 빠른 성장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하루하루의 삶이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작년과 올해 인상분으로 생활 설계를 할 수 있었고 얼마쯤 올랐다는 자부심이 생겨 더 열심히 일했던 기억도 들어 있다. 말과 기억은 세월이 지나면 잊혀지거나 때로는 변형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봉투는 변함이 없다. 그는 “봉투를 버리지 않고 남겨둔 것을 참 잘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임일태(72세)씨는 우표수집이 취미다. 1957년 초등학교 시절 빨간색 세종대왕 우표가 마음에 들어 하나 둘 성냥갑에 모으기 시작한 것이 어언 50년이 됐다. 우표를 모으기 위해 8개국 외국인 친구들과 9년 동안 펜팔과 연이 닿아 이들과 교환도 했다. 새 우표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비오면 우비를 입고, 날이 추우면 담요를 뒤집어 쓰고 밤샘을 하며 우체국 문이 열기를 기다렸다. 노하우가 쌓여 우표를 나라별, 주제별로 분류하고 설명까지 붙였고, 필요하며 신문과 잡지도 스크랩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우표에서 배운 것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많다고 했다”며 “우표수집이든 무엇이든 끝까지, 도중 하차하지 말고 열심히 하다 보면 공부도 되고 취미생활도 되는 장점이 있으니 시도해 보라”고 선생님다운 권유도 잊지 않았다.
이들의 수집은 우연하고 단순한 계기로 시작한 취미활동이었지만 이제 한 시대를 기억하는 기록물로 남았다. 순간적인 영감을 받아 만든 천재적인 작가의 작품보다, 비싼 돈을 들여 모은 고가의 수집품보다 훨씬 값진 수집품들이다.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다시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 없는 귀중한 유산이다.
각종 전자기기와 인터넷, SNS가 홍수를 이루며 아찔한 속도로 변화하는 오늘날, 사람들은 뿌리 뽑힌 삶을 살고 있다. 어제까지 이루었던 성취도 오늘~내일이 되면 잊혀지고 더 새로운 것, 새로운 기술, 새로운 상품을 향해 달려간다. 그럴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텅 비고 흔들린다.
생생한 삶의 궤적을 담은 이들의 수집품은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오랜 시간의 열정이 맺은 결과물이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된다. 그들의 손때가 텅 빈 우리의 마음을 채워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