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들, 카카오T 멈추자 길거리 배회

자영업자 “하루 매출 100만원 이상 급감”

“지금이 2000년대입니까. 길거리에서 손 흔드는 손님 한 분이라도 더 잡으러 나갑니다.”

‘국민 플랫폼’ 카카오의 서비스 장애 이틀째인 지난 16일 오후 3시께 서울 강남구 한 기사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택시기사 여훈구(65) 씨는 연신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카카오T 앱으로 배차가 잡히는 지 알아봤지만 번번이 헛수고였다.

여씨는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 손님을 내려주면서 자동 결제 입력창에 택시비 1만3600원을 입력했지만 결제에 실패했다고 한다. 손님을 더 잡아둘 수 없는 나머지 택시값도 받지 못한 채 운행을 이어가야 했다. 그는 “우티(UT) 등 다른 앱을 썼지만 카카오T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평소처럼 손님을 잡는 데 역부족이었다”며 “(결국) 거리에서 손을 흔드는 손님들을 잡는 식으로 일을 이어갔다. 주유비가 아까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배달 주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식당 운영자들은 이번 사태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강남구 일대에 위치한 피자집에서 일하는 20대 남성 박모 씨는 주말 동안 배달 기사가 잡히지 않아 음식을 조리하는 동시에 직접 배달만 25곳을 다녀와야 했다. 주말 하루 평균 600만~700만원 매출을 내던 박씨의 매장은 15일 매출이 100만원 이상 급감했다. 배씨는 “배달 기사가 잡히는 데 30분 이상 걸려 하는 수 없이 직접 배달을 다녀왔다”고 난감해했다.

카카오톡 기프티콘(모바일상품권)을 매장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일대의 한 대형 커피숍에 근무하는 20대 남성 김모 씨는 “본사에서 기프티콘을 통한 주문을 받는 것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받았다”며 “기프티콘을 이용하려는 손님들이 있는데, 다들 당황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대란으로 자영업자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봤다면, 시민들은 일상에서 불편을 겪었다. 버스 등 대중교통의 도착 시간을 알 수 없거나 필요한 업무 지시를 원활히 전달할 수 없어서다.

메신저 소통이 익숙한 20·30세대들 중에서는 일종의 강제 금단 증세처럼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주말 지인의 입대 전 송별회를 준비 중이던 대학생 김모(21) 씨는 참석자 확인을 위해 일일이 전화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메신저는 말 한마디를 할 때 생각할 시간이 있는데 실시간 통화는 부담이 됐다”면서 “어떤 사람에겐 4개월 만에 전화해야 해 어색할까 마음 졸였다”고 돌아봤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사실상 초연결 사회를 살고 있는데 익숙한 소통 방식이 강제로 끊기는 불안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런 세대들은 오히려 이유도 모른 채 불안할 수 있다”면서 “반복되면 ‘재외상화’가 벌어져 불안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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