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상도례 폐지 논쟁 촉발
일선 판사들은 신중론
“범위 일부 조정은 고려”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방송인 박수홍씨 친형의 횡령 사건을 계기로 가족 간 형벌을 면제해주는 ‘친족상도례’ 존폐 논쟁이 일고 있다. 판사들은 면제 범위를 손댈 여지가 있지만 처벌주의를 경계해야한다고 지적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친족상도례는 함께 사는 가족 간 재산범죄의 경우 처벌하지 않는 제도다. 형법 제328조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으로 면제 범위를 규정한다. 이외 친족 간 범죄는 고소를 통해 처벌할 수 있다. 친족은 배우자, 8촌 이내 혈족 또는 4촌 이내 인척을 말한다.
절도, 사기, 공갈, 횡령, 배임, 장물죄 등 재산범죄가 그 대상이다. 판례를 보면 명시적 제외규정이 없는 한 특별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폭력행위 처벌 등 관한 법률)도 포함된다. 다만 재산범죄라도 강력한 폭행·협박을 수반하는 강도, 신체에 위험과 상해 또는 사망을 초래하는 중손괴죄 및 손괴치사상죄는 제외된다.
최근 박수홍 씨 형제 사건으로 폐지 여론이 커지면서 개정 의견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금 사회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개정에 동의했다.
일선의 판사들은 가족 간 분쟁의 형사사건화를 우려하면서도 면제 범위를 소폭 수정하는 부분에 대해선 공감대를 표했다. 한 부장판사는 “(박수홍 논란은) 특별한 케이스로, 사건 하나로 법이 좌우되기보다 안정적으로 접근해야한다”며 “(폐지는) 가족들 간 문제가 지나치게 형사사법화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족은 민법상 개념으로 넓게 규정한 이유에는 상속과 사회보장법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수정은 신중해야한다”면서도 “(문제가 있다면) 형사처벌 최소화의 원칙 아래 형법상 친족 상도례의 범위만 재조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가족 간 분쟁에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이 훼손돼선 안 된다”면서도 “동거하는 팔촌의 범죄까지 면제해준다는 것은 현 시점에서 거리가 있다. 형을 면제하는 경우는 부모와 자식, 배우자 정도로 정하고 동거친족과 동거가족을 친고죄로 옮기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피해금액이 일상적으로 적은 범위일 경우만 처벌하지 않도록 판사의 재량권이 가능하게 일부 문구를 수정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례규정인 친족상도례는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법언이 기원이다. 1995년, 2005년 두 차례 개정됐으나 호주제 폐지 등 영향으로 일부 표현이 수정됐을 뿐 큰 틀은 69년여간 유지됐다. 지난해 6월엔 가족 내 장애인 학대 범죄(사기·공갈·횡령·배임)에 대해선 적용을 배제하는 특례가 신설됐다. 장애인, 치매 노인 등 약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받는 등 경제학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외 정치권에서 폐지 및 수정 시도가 있었으나 무산됐다. 현재 친족상도례 전면 폐지, 사기·공갈·횡령·배임죄의 경우 제외 등 법안이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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