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나영석 PD 인터뷰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다’는 그 흔한 게임도, 전 세계의 명소를 담은 화려한 풍광도 없는데 tvN ‘삼시세끼’는 올 하반기를 장식한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 됐다. 밥해먹는 것 외에는 딱히 하는 일도 없어 보이지만, 시청자들이 그 매력을 먼저 알아봤다. 열흘에 한 번 2박3일간 강원도 정선에 다녀오고, 돌아오면 내내 편집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나영석 PD를 최근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실 제가 하는 프로그램은 다 비슷해요. ‘1박2일’은 시골로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고, 여행만 따로 떼서 만든게 ‘꽃 시리즈’, 시골만 떼서 만든게 ‘삼시세끼’에요. 제가 하는 일이 굉장히 새롭거나 트렌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것들을 이렇게 저렇게 변주하는 정도에요. 다만 방법론이 다르죠. 여러 시골을 볼 것이냐, 하나를 정해서 찬찬히 들여다볼 것이냐 하는 방법이었어요.”
‘1박2일’(KBS2)을 5년간 연출하며 쌓아온 전국 팔도 군청의 인맥을 통해 강원도 정선을 촬영지로 낙점했다. “한정적인 공간에서 두 명의 출연자로 만드는 심심한 그림의 ‘삼시세끼’”는 사실 나영석 PD에게도 ‘모험’이었다. “이 프로그램 망했다”던 이서진의 입버릇처럼 나 PD 역시 마찬가지의 생각을 가졌다. 다만 최근의 예능 추세에 비춰 시청자들은 “훨씬 더 깊이 있는 정서를 원할 것”이라는 판단과 “하루하루 바쁘고 힘든 도시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시청자에게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위안을 줘야한다는 생각”에 ‘삼시세끼’를 시작하게 됐다.
‘꽃보다’ 시리즈와 같은 여행 프로그램과는 달리 보여줄 것이 많지 않은 탓에 제작진은 철저하게 ‘재미 지상주의’를 추구했다. 사실 제작진이 기획단계부터 장난처럼 주고 받던 아이디어는 ‘삼시세끼’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수수밭 노동이나 동물들의 외국식 이름은 툭 튀어나온 장난이 현실이 된 경우였다. “회의실에서 잭슨(염소)이라 부르고 답사 때부터 멀랜다(고양이)라고 했던 동물들인데, 장난이 도가 지나쳐 방송에 그대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바쁜 도시생활에 지쳐 며칠 산에 들어가서 아무 생각없이 굴러다니다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시골에만 있으면 이상하게 스타벅스 생각이 간절하다”는 양가적인 감정이 프로그램에도 반영돼 “시골에 사는 동물에게 서양식 이름을 붙여주게 됐다”고 한다. 이름을 얻은 동물들은 자막의 힘으로 그들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이서진 옥택연과 한 가족이 된다. 카메라 밖의 나영석 PD가 이서진과의 앙숙케미를 만들 듯, 두 사람은 매회 등장하는 게스트나 동물들과 따뜻한 관계를 형성한다. 나 PD가 연출한 예능 프로그램에 한결같이 흐르는 정서였다.
“사람, 정이죠. 도시보다는 자연을 좋아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마음이 오가는 정서를 좋아해요. 불 꺼놓고 밤하늘의 별을 본다거나, 비가 올 때 빗소리만 들려준다거나 하는 부분이 그렇고요. 제 프로그램에 도시는 잘 안 나와요. 현대적인 마천루가 서 있는 곳이나 고급 레스토랑은 가지 않죠.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전 시골사람이고, 촌스러운 사람이다 보니 공감하는 것들을 좋아해요.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정서가 그 곳에 맞닿아있고요.”
나 PD의 예능에선 때문에 “아무리 간단한 이야기라도 집중해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겼고, 인위적인 구성 없이도 “자연스럽게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꺼내온다.
나 PD 스스로는 “관찰력도 없고 트렌드를 잘 읽지도 못 하는“, 그래서 “마누라가 왜 삐졌는지도 모르는 둔한 남자”라며 흔히들 생각하는 PD의 이미지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말한다.
다만 그는 “대학시절 하나의 공연을 위해 다 같이 머리를 맞대 치열하게 준비하며 울고 웃던 연극반”의 경험이 좋아 PD라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한다. 여러 사람들과 어우러져 함께 작업하고, 나눌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집단창작’ 체제가 잘 갖춰진 예능PD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혼자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며 “대외적으로는 나영석, 나영석 하지만 실제로는 이우정 작가와 조연출, 함께 일 해온 많은 스태프가 있다. 그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작업이 잘 되니 기분이 좋고 짜릿하다”고 한다.
사람과 그 사이의 관계를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각으로 잊고 있던 정서를 꺼내놓으니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갈증을 채워주며 보편적 감정을 움직인다.
“저 역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중 한 사람이니까요. 제가 평소에 목 말라하는 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의심도 하고 확인해보는 거죠. 여행을 가고 싶다거나, 시골에서 살고 싶다거나 하는 욕망과 니즈가 있다는 것도,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도 그렇게 알게 되는 거에요.”
‘더 지니어스’(tvN)와 ‘라디오스타’(MBC)를 즐겨보면서도 자신은 “그런 프로그램은 절대 못 만든다”고 하는 것도 “시청자로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과 달리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그것 이상의 한 단계가 더 필요한 것 같다. 온 마음 다 바쳐 이 프로그램을 하게 될 때는 취미생활로 즐기는 걸 넘어서는 정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에 평소 생활도 궁금했는데, 나 PD는 대뜸 “스타벅스 커피도 마시고 스파게티도 가끔 먹는 데다, 인터넷도 한다”며 도시인 티를 낸다. 하지만 얼리어답터는 아니었다. 나 PD의 휴대폰 액정은 이미 몇 개월 째 깨진 상태 그대로였다.
사진=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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