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업회, 미발표 작품 포함 25편 출간
‘나비와광장’등 유명…38선 막혀 고향 못가
평생 통일염원..향수 정지용 예술성 중시
박인환,김경린,신상옥,백낙청 등과 교유
김현 前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차남
“다시 태어나도 아버지 아들이 되고 싶다”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나비와 광장’의 시인으로 잘 알려진 문곡(文谷) 김규동(1925~2011) 시인은 서울에 있는 스승을 만나러 왔다가 갑자기 38선이 막히는 바람에, 남쪽에서 평생 통일을 염원하던 중 11년전 영면했다. 고(故) 김규동의 시 ‘두만강에 두고 온 작은 배’에는 뜨거운 향수가 배어있다. 그가 2022년, 그리던 고향을 찾았다.
김규동기념사업회는 모더니즘과 민족문학 양면에서 시 작품을 남긴 김 시인의 11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시 25편과 평론가들의 문학비평 9편을 모아 ‘귀향’(501쪽)을 한길사를 통해 펴냈다고 25일 밝혔다.
‘귀향’에는 새로 발굴된 시 ‘남한과의 대화’가 실렸다. 또, 오형엽·유성호·김종훈·임동확 등의 김규동 문학의 구조원리, 지적 모험, 현대성, 문학사적 의미를 다룬 신작 평론이 함께 담겼다.
‘귀향’에는 고 백기완 선생을 포함한 저명 문인 28인이 김 시인의 시에 부쳤던 추모산문을 모은 정감 있는 기념문집 ‘죽여주옵소서’(2016 비매품 발간)가 ‘책속의 책’ 컨셉트로 함께 수록돼 눈길을 끈다.
1948년 ‘예술조선’ 신춘문예에 시 ‘강’이 당선되어 문학활동을 시작했으며, 38선이 막힌 뒤, 1951년 박인환(목마와 숙녀), 김경린(한국신시학회장) 등과 함께 후기 모더니즘 경향의 ‘후반기’ 동인으로 참여했다. 이즈음 6년간 언론인 생활도 겸했다.
‘나비와 광장’은 한국전쟁 후 좌절과 아련한 희망을 그렸다. ‘어린 나비의 안막(眼膜)을 차단하는 건 투명한 광선의 바다 뿐이 없기에 (중략)/ 하―얀 미래의 어느 지점에/ 아름다운 영토는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김 시인은 영화감독 신상옥과는 절친이었고, 후배들인 문인 김수영·백낙청, 문인들의 권익을 보호했던 한승헌 변호사 등과 교분이 두터웠다.
1960년 한일출판사를 세워 ‘빙점’의 출판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만해문학상과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김규동기념사업회에 따르면, 김 시인은 정치에 있어서 여운형 선생 같은 인격의 보유, 문학에 있어서 김기림·정지용 같은 진보적 시인이 보여준 예술성의 고수를 중시하여 ‘문학의 사상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 세계문학과 같이 가는 유일한 길임을 일찍이 선언한 20세기의 모더니스트로 국민들 사이에 기억되고 있다.
박학다식하고 국제정세에도 밝았던 김규동은 추운 날 아들(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의 손을 바지주머니에 감싸 넣고 다니며 러시아에 파견된 조선인 스파이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늘 해주었고, 대천과 만리포 등 바다에 놀러가면 부인을 쉬게하고 손수 요리했다고 한다.
‘다시 태어나도 아버지의 아들이 되겠다’는 김현 변호사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서울 서초동 세창로펌 사무실에 아버지 김 시인의 작품을 걸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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