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화 진행땐 양국관계 나락으로”
광복절 경축사·조문 외교 변곡점 전망
일본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총격 사망과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의 압승으로 우경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일관계 개선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의 입장에서는 관계 개선의 분수령으로 8·15 광복절과 아베 전 총리의 공식 추도식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특히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현금화) 절차가 시작되면 “관계 회복은커녕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선거 직후 개헌을 공식적으로 꺼내 든 일본 상황에 대해 “향후 정국 전망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내용을 포함한 이른바 ‘개헌 4항목’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취임 후 한미일 3국 체제를 강조하며 핵심인 ‘한일 관계 개선’을 주요 대일 정책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는 장애물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대 분기점으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이 보유한 국내 자산 매각(현금화) 절차 진행을 꼽는다. 절차는 이르면 올가을(8~9월)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한국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강제징용 해법 민관협의회를 가동해 관련 당사자와 전문가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날 열린 2차 회의에서는 “현금화를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 의견 일치를 이뤄가고 있다. 다만 일부 피해자측이 민관협의회 불참을 결정했고, 의견 수렴을 거쳐 내놓을 정부의 방안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만만치 않은 과제다.
특히 아베 전 총리의 죽음으로 우익 보수가 집결하는 상황에서 현금화 절차가 시작될 경우 일본이 이에 대항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가장 큰 분수령은 현금화 작업으로 일차적이자 핵심적인 사안이 될 것”이라며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일본이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정부 간 논의가 진전이 돼 대책이 마련돼야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현금화가 돼버리면 한일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가 1차 분수령으로,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재차 밝힐 것으로 보인다. 9월로 예정된 아베 전 총리의 당정 합동 공식 추도식이 열리는 만큼 조문외교도 관건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 국민대 교수는 “정부 출범 초기에 치고 나가면서 해야 했는데 지지율 30%의 상황에서 국내 여론과 다른 의견을 부르는 정책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문사절로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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