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의 추락…알고보니 아이폰6ㆍ6플러스 탓?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시대에 007가방 하나만 들고 전 세계를 누비던 ‘산업화의 역군’들의 삶이 서울역 맞은편에 우뚝 선 옛 대우빌딩 안에서 그려지고 있다. ‘라면부터 미사일까지’ 못 파는게 없는 탐험가였고, 당시 젊은 세대의 ‘꿈의 직업’이었던 상사맨을 다룬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미생’이다.

‘미생’속 상사맨들의 정글이 된 공간이 옛 대우빌딩이라는 점은 꽤 의미심장하다. 과거 ‘여명 속의 거대한 짐승’(신경숙 ‘외딴 방’) 같았던 한국 경제사의 상징물인 대우빌딩은 지하 2층, 지상 23층으로 지어진 ‘서울의 관문’이었다. 산업화 시절 저마다의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이 처음 마주하는 대우빌딩은 당시 4대문 안에서 유일하게 청와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대형 구조물이었다.

‘미생’의 기획을 맡은 이재문 PD는 “드라마 속 원 인터내셔널을 실감나게 묘사하기 위해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물을 찾아 배경으로 삼았다”고 했다. 촉박하게 움직이는 드라마 제작팀이 직접 들어가 촬영을 임하기엔 “제약 조건도 많아 장소 섭외가 힘들었다”지만 “대우빌딩은 외환위기 이전 대우그룹의 본산이자 상사의 전성기를 몸으로 겪어낸 건물로, 한국 경제의 상징과도 같다. 대우의 몰락은 곧 한국 경제의 몰락을 의미하던 시대도 있었다. 한 시대와 경제를 상징하는 건물이기 때문에 어렵게 서울스퀘어 안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서울스퀘어엔 현재 수많은 입주사들이 매일의 일상을 살고 있어 드라마 촬영에도 제약이 많다. 때문에 ‘미생’ 팀은 주말을 이용해 영업3팀 등 원 인터 상사맨들의 일상을 밀착해 담아내고, 평일에는 남양주 세트장을 통해 스케줄을 소화한다.

대신 ‘서울의 관문’을 무대로 삼아 촬영을 할 때엔 카메라가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기 위해 분주하다. 힘들게 얻은 결실인 만큼 최대한 많이 찍어가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속마음이다. ‘미생’에서 유달리 옥상신이 자주 나오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이재문 PD는 “힘들게 촬영 허가를 받은 만큼 서울스퀘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는 옥상은 모든 직장인들의 애환이 녹아든 장소다. 그 생생한 느낌을 전하기 위해 옥상 촬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옥상신이 많아질수록 미술팀의 손은 더 바빠진다. 옛 대우빌딩에서 조망하는 서울 시내의 무수한 기업들을 모조리 CG(컴퓨터 그래픽)으로 지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우빌딩의 건물은 그대로 남아있고, 그 위용은 변함없지만 이제는 구식 상사의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우빌딩”(이재문 PD)은 “서울 경제의 거점이 여의도와 강남으로 이동한 변화한 현실이 투영돼 쇠락한 이미지”(윤석진 충남대 교수)로 비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종합상사는 해외직수출이 가능해진 제조업체에 역할을 내주게 됐다. ‘라면부터 미사일까지’사업화했던 수출역군들의 위상은 흔들렸고,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종합상사는 철강과 자원 사업에 매진한다. 드라마와 현실에는 엄연히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윤석진 교수는 “남산자락의 옛 대우빌딩은 성취를 거두기 어려운 극단적 좌절, 미래가 없는 현실을 상징하는 공간으로의 역할을 한다. 상사맨이라는 특정직업을 통해 직장인의 삶을 대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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