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이슈에도 지나친 소극 행보 산은, 대우증권 사장 인선 애매한 스탠스 수은, 대외행사 극도 자제 성과도 의문

국책은행장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그렇다는 얘기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연이어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수장들이 전면에 나서기는 커녕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은 대우증권 사장 인사 등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고, 이덕훈 수은 행장은 모뉴엘 사태로 수은의 중기 지원책이 시험대에 올랐는데도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아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강만수(전 산업지주 회장)-김용환(전 수출입은행장)’으로 이어지던 관료 출신 수장들이 ‘홍기택-이덕훈’ 등 민간 출신으로 교체되면서 관료 특유의 리더십과 민간의 전문성이 제대로 어우러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기택 회장, 자회사 인사 파행에도 ‘애매한 스탠스’=최근 KDB대우증권은 사장

인선을 두고 어이없는 파행을 거듭했다. 김기범 전 사장을 지난 7월 중도 사퇴시킨 이후 후임인 홍성국 사장을 내정할 때까지 무려 4개월여의 긴 시간이 걸렸다. 최고책임자(CEO)의 부재는 곧 경영공백으로 이어졌다. 대우증권이 올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해외사업도 올스톱됐다. 해외사업의 성공 관건이 적절한 ‘타이밍’이란 점을 고려하면 대우증권은 올해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우증권 사장 인선이 우여곡절을 겪은 것은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사장 인선에 있어 모호한 스탠스로 일관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홍 회장이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산은을 ‘국책은행의 맏형’이라고 자임하며 활발한 대외활동을 해왔지만, 어쩐 일인지 하반기부터는 국책 금융기관의 수장으로서 이슈 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대우증권 사장 선임 절차가 두 차례나 연기된 것은 홍 회장이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 자회사의 경영 공백을 방치한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왔다. ‘서금회(서강대 금융인회)’ 논란을 잠재우지 못한 것도 한계를 드러낸 대목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STX 부실대출과 관련한 대규모 인적 제재와 국회의 질타가 홍 회장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덕훈 행장, ‘은둔형 CEO’ 과연?=이 행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 외에 어떤 대외활동도 자제하면서 ‘은둔형 CEO’로 분류됐다. 취임 초기에는 수은의 수장으로서 조용히 제 역할만 하겠다는 이 행장의 뜻이 높게 평가됐지만, 이제는 ‘소통의 부재’로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이 행장이 조직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소통의 의지를 보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부서별로 점심식사를 돌아가며 한 것 외에는 이렇다할 소통의 기회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장에게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기회였던 행내 호프데이도 이 행장이 부임하며 사라졌다는 후문이다.

업무적인 면에서도 사실 이 행장의 리더십을 찾아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행장은 취임 당시 ▷중소ㆍ중견기업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위한 관계형 금융 ▷해외건설ㆍ플랜트ㆍ조선산업 지원 ▷창조산업 지원 ▷신흥시장 진출을 위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수출금융 결합 ▷동북아 경제협력의 싱크탱크 등 다양한 내용을 약속했다. 이중 이행된 것은 신흥시장 진출건에 불과하고 다른 내용은 아직도 ‘준비 중’이다. 특히 모뉴엘 사태로 수은의 중기 지원책의 부실함이 도마에 올랐는데도 소관 부서인 기획재정부의 핑계를 대며 관련 조직 정비에 미적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료출신 기관장의 경우 임기내 성과를 내려고 체크리스트처럼 취임 공약을 실천하지만, 민간 출신들은 그렇게 일처리를 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상대적으로 성과가 적어 보이는 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석ㆍ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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