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의서 결정…몰도바도 후보국

젤렌스키 “우크라 미래 EU에” 환영

외신, 러 침공이 촉발한 대담한 조치

1987년 지원한 터키, 아직도 후보

일부 회원, 동유럽에 권력 쏠릴까 우려

유럽연합(EU) 깃발과 우크라이나 국기가 겹쳐져 있다. EU 소속 27개국 정상들은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한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
유럽연합(EU) 깃발과 우크라이나 국기가 겹쳐져 있다. EU 소속 27개국 정상들은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한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유럽연합(EU) 소속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는 데 합의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상징적 승리이자 충돌이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다.

CNN·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이날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주기로 결정했다. 조지아도 조건을 충족하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정상들은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오늘은 유럽에 좋은 날”이라며 “이 결정은 러시아의 제국주의에 맞서 우리 모두를 강하게 한다”고 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주 특별하고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EU에 있다”고 말했다.

WP는 유럽엔 역사적 발걸음이라고 평가했고, 로이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대담한 지정학적 조치라고 짚었다. 크렘린궁은 주권국인 우크라이나를 진정한 국가로 보지 않고 무력으로 영향권 안에 두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나흘 뒤인 지난 2월 28일 공식적으로 EU 가입을 요청했다. 이후 조지아와 몰도바도 EU 가입 신청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EU 후보국 지위를 생존의 문제로 여겨 EU 가입을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촉구하며 백방으로 뛰었다. WP는 EU 회원국 정상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사진 찍을 때 포즈를 취하며 좋아했지만, 우크라이나에 회원 가입 경로를 주는 데엔 주저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0일 진행한 연설에서“우크라이나에 후보국 지위를 주는 건 유럽 가족의 일원이 되려고 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열망이 말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것”이라고 EU를 압박했다. 이튿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다. 지난주엔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이 우크라이나를 찾아 후보국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곧이어 EU 집행위원회가 이를 권고하면서 이날 최종 결정이 난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정식 회원이 되려면 갈 길이 멀다.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EU 집행위는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충족해야 할 6개 조치를 제시했다. 올르가르히(신흥재벌)의 영향력 제한, 부패 관련 조사·기소·유죄 판결에 대한 기록 개선 등이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자국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와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어 일부 개혁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다.

WP는 EU가 우크라이나 등 러시아의 이웃 3개국에 대한 회원 가입 경로를 만들기로 했지만 EU를 확대하려는 욕구는 크지 않다며 상징적 제스처를 취한 회원국들이 속도를 늦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터키는 1987년 EU 가입 신청을 했는데 여전히 후보국이고, 세르비아 등도 수년간 EU 회원가입 협상을 하고 있다.

WP는 EU 정상회의 성명 초안을 보니 우크라이나의 회원 가입은 새 회원국을 흡수할 수 있는 EU의 능력에 달려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현 상태에서 EU에 들어가면 5번째로 인구가 많은 회원국이자 가장 가난한 국가가 된다고 WP는 적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1만3434달러로 현재 EU내 최하위인 불가리아(2만5412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일부 서유럽 회원국은 덩치가 큰 새 회원국이 의사결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권력 균형을 중부와 동부 유럽으로 기울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