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동서로 길게 가로 지르는 한강은 서울, 나아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자연환경이다. 서울의 한강처럼 넓은 강을 가진 도시들은 많지만 한강처럼 아름다운 강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한강은 그 아름다움에 비해 활용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강이기도 하다. 서울을 도성으로 정한 조선시대에는 한강은 세곡과 같이 중요한 물자를 수송하는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철도와 육로가 발달함에 따라 한강의 중요성은 점차 줄어들다가 남북분단으로 한강이 휴전선 경계의 일부가 된 이후로는 물류 기능은 아예 상실됐다. 대신에 한강은 서울시민의 레저 공간으로 활용도가 커졌다. 한강변 정비사업 후 크게 늘어난 수변공간은 각종 체육시설이나 공원 등을 시민에게 제공해 편안하게 쉬고 즐길 수 있게 했다. 초선이던 오세훈 시장 시절에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 활용도를 높이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그러나 한강의 이용 상황을 보면 대부분 수변공간에 한정돼 있다. 수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강 전체 면적의 77%이지만 한강 이용객 중 수상이용객 비중은 1%를 넘지 않는다. 한강의 기능을 높일 새로운 시도를 해볼 시점이라고 생각해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가장 먼저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요트와 같은 레저용 선박을 위한 시설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강에 있는 2, 3개의 시설로는 이러한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접근성이 좋은 한강 수변을 중심으로 요트와 같은 레저용 선박의 계류장을 여러 곳에 만들어 한강을 한국의 발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관광명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요트라고 하면 부자들만을 위한 시설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 이러한 수요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외국 사례와 비교하면 사실 서울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수상을 활용한 레포츠 공원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과거 광고 기획사에서 서울시에 한강 수상에 18개의 골프홀을 만들어 배를 타면서 이동하는 골프장을 만들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골프라는 운동이 일부 계층에 한정된 고급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꼭 골프라는 운동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시민에게 다양한 의견을 들어 수요가 많은 운동이나 놀이시설을 만들어 수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다면 서울시민에게 색다른 재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과거 조선시대에 활용했던 물류 기능을 담당하는 한강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사업도 진행했으면 한다. 남북 간 대치 상황으로 인해 쉽지는 않지만 한강 공동 이용을 의제로 남북 간 대화와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한강에서는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고 있다. 이 조항은 사문화되다시피했지만 이를 적극 활용해 선박 운행이 가능한 한강을 만드는 노력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제안한 내용을 실천하기에는 여건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그러나 최초 4선을 한 오세훈 시장은 한강 이용을 활성화하는 새롭고 대담한 방안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choijh@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