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통제하는 규제는 필요악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 원칙에만 가격을 맡겨두면 단기간 급등락, 사재기와 독과점, 가수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며 이 같은 불균형은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가격도 제자리로 돌아오는게 경제학의 기본 원리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공급자의 단기적 피해도 따라온다. 현실에서 정부가 막대한 재정능력을 바탕으로 공급에 뛰어들거나, 심할 경우 시장 가격 자체를 통제하는 이유다.
이 같은 정부 시장 개입은 일시적인게 좋다. 인위적인 가격 개입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소비자와 공급자,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 더 큰 손실로 이어진다. 주식이 지나치게 떨어진다고 장 자체를 오랜 기간 닫아논다면, 결국에는 시장 자체가 망가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막고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가격 통제의 부작용이다.
올해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 경제는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 가격이 단숨에 2배 가까이 오르는 이상 현상을 겪었다. 그리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섰다. 공급량을 늘리거나 수요를 줄이는 장기 처방 대신 가격 통제라는 초단기 수단을 선택했다.
문제는 단기간에 끝났어야 할 가격 통제가 국내에서는 반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전쟁은 안 끝났지만, 원유 공급과 가격은 전쟁 발발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국제 시장 가격을 무시한 가격 상한제는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유류 가격 급등 충격을 완화해 민생경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겠다는 정치적 선의도 점차 희석되고 있다. 오히려 종전 기대감에 크게 하락한 글로벌 유류 가격을 못 따라가는 국내 가격에 뒤늦게 고통이 가중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 당장 올해 하반기에 정부가 민간 기업인 정유사들에게 줘야한 손실보전금만 4조원이 넘는다는 추산도 있다. 그렇다고 정유사들이 이 돈으로 큰 이익을 봤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또 소비자들 역시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환율까지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휘발유 기준 리터 당 1800~2000원의 비싼 값을 내고 있다.
반면 가격 결정의 또 다른 축인 소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통상 600만에서 800만 배럴 수준인 국내 휘발유 월간 소비량은 5월에 912만 배럴까지 껑충 뛰는 기현상을 보였다. 체감하는 가격이 실제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소비를 보다 효율화하고 또 대체 수단을 찾아야 하는 시장경제 원칙이 훼손된 결과다.
억지로 누른 가격의 부작용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최근 한 여성그룹 가수가 강남 아파트 로또 청약에 당첨되면서 현금 부자만 이익보는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도마에 올랐다. 2007년에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고 도입해 내버려둔 규제에 최신 대출 규제가 겹치며 졸지에 현금 부자만 로또급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비판이 골자다. 가격을 누르려 도입했던 20년 전 규제에, 20년 후 새로 도입한 규제가 더해지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선의로 포장된 정치적 결정이 어떻게 실질적 피해를 주는지, 최근 두 사례는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단기 처방도 꼭 필요하다. 하지만 제 몫을 다한 단기 처방책을 몇달, 몇년 계속 쓴다면 결국 그 피해는 납세자와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2026년 현실판 경제학 원론이다.
최정호 에디터
choijh@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