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일정 중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취임 열흘 만에 양자 외교무대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나 첫 아시아 순방으로 서울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만큼이나 화면에 많이 잡힌 김일범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이다. 그는 삼성 평택반도체 캠퍼스 행사와 정상 단독 환담에서도 통역으로 자리했다. 취임식 축하사절단 환담에서도 통역은 김 비서관 몫이었다. 기존 외교문법을 깬 격식 파괴다. 바이든 대통령의 통역은 북미 정상회담 통역으로 우리나라에도 얼굴을 알린 미국 국무부 소속 이연향 통역국장이 맡았다. 상대국에서는 통역관이 배석했는데 우리 측에서는 의전비서관이 자리한 것이다.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을 지내다 윤 대통령 당선인 외신공보 담당 보좌역으로 발탁, 대통령실에 입성한 김 비서관의 이력은 자랑할 만하다. 외교부 북미2과장을 지낸 김 비서관에 대해 당시 당선인실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대통령 세 분의 통역을 맡은 이력으로 상당히 유명한 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전비서관이 정상 간 환담에서 ‘통역’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배석자 수와 카운터파트를 맞추는 기존 의전 상식과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 정부 가릴 것 없이 과거 청와대 외교, 의전부서 출신 관계자들이 우려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의전비서관이 1인2역을 하면서 발생하는 의전 사고다. 윤 대통령은 공식 정상 만찬자리에서 미국 국가 연주 때 가슴에 손을 올려 경례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법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은 적절하지 않다. 의전은 ‘상식’과 ‘배려’가 기본으로, 통상적인 외교관례를 숙지했다면 발생하지 않을 논란이었다. ‘상대를 존중하는 의미’라는 해명도 잘못 짚었다. 미·일 정상 일정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경례를 하지 않았다.
정상 만찬테이블에 올라온 와인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만 씨가 운영하는 회사 제품이었던 점이 드러나면서 외교 결례 지적이 나왔다.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선 대통령실이 ‘기자 1인당 1질문’을 고수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제가 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 (대신) 이야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국 언론문화와 충분한 사전 조율이 없었던 점에서 전문가들은 ‘의전 사고’로 꼽는다.
윤 대통령은 기존의 격식을 파괴하고 자유로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 메시지를 발표해오던 수석비서관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기도 하고, 경제수석 생일을 맞아 종로의 한 피자가게에서 점심을 한다. 다만 외교와 안보에서조차 격식을 파괴하는 것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작은 실수가 국가의 안보와 이미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7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한미 연합 공중무력시위 비행”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의 전력으로 무력 도발에 대응하는 행위를 스스로 ‘무력시위’라고 명명한 것에 대해 한 워싱턴 소식통은 대한민국 국방부의 공식 발표가 맞는지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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