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켈레 대통령, 무죄추정의원칙 일시 철회

지난 3월 이후 3만6277명 체포 당해

수감자 구타·고문 당해…약 18명 사망 추정

지난 3월 엘살바도르 경찰이 마약 갱단과 연루돼 있다는 이유로 체포된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3월 엘살바도르 경찰이 마약 갱단과 연루돼 있다는 이유로 체포된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가 마약 갱단의 범죄 행위를 엄벌한다는 명목으로 인권 침해를 벌인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CNN·가디언 등에 따르면 국제앰네스티는 보고서를 발표해 엘살바도르가 ‘마약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로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문과 부당대우를 저질렀다고 고발했다.

앞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MS-13으로 알려진 갱단의 지시 하에 발생한 유혈 사태 이후 헌법으로 보장되는 무죄추정의원칙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해 시민들을 정당한 절차 없이 무차별하게 체포했다.

갱단에 가입된 사람과 관련이 있거나, 전과 기록이 있고 갱단 통제 지역에 살고 있으면 모두 체포 대상이 되는 것이다.

비상사태 선포 후 지금까지 약 3만6277명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지난 두 달간 엘살바도르에서 체포된 인구수가 지난해 총수감자보다 많은 것이며, 현재 전체 성인 인구 2%가 감옥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수감자 중 최소 18명이 사망했다며 부켈레 대통령이 엘살바도르 시민들을 ‘비극’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 인구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앰네스티는 최소 1190명의 어린이가 청소년 시설에 구금돼 있으며 이중 다수가 테러 조직에 속해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 16세 소년은 테러 조직 단체의 일원이라는 의심을 받아 구금된 뒤 쇠사슬에 묶인 채 경찰에게 구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리카 게바라-로사스 국제앰네스티 미주국장은 “엘살바도르는 갱단을 처벌한다는 이유로 광범위하고 노골적인 인권 침해를 저지르고 있을뿐더러 빈곤층을 범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 교육, 식수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엘살바도르 시민들은 갑자기 사라진 자신의 가족 구성원이 어디로 갔는지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일 걱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2019년 부켈레 대통령이 집권한 뒤 이어진 ‘법치의 완전한 붕괴’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엘살바도르 현지 매체의 한 대표는 “시민들은 변호사도 선임할 수 없고, 전화도 못 받는다. 아무런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지옥에 던져진다”며 “이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독재자’라 자처하는 부켈레 대통령은 수십 년간 엘살바도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 갱단 폭력에 강력히 맞서겠다고 약속한 뒤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그는 2020년 갱단 폭력 근절을 위한 예산안 통과를 요구하며 의회에 무장한 군인들을 보내기도 했다.


yoo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