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 후보입니다. 6월 1일 지방선거, 꼭 투표해주시길 바랍니다.”
경기 고양에 사는 김모(26·여)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이달 말 들뜬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하루 5통 이상 걸려오는 ‘선거홍보전화’가 곤욕이었다. 심지어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전화가 걸려왔다고 했다. 김씨는 “투표할 건데도 이렇게 수시로 전화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며 “이젠 벨소리가 울리면 바로 끊는다”고 말했다.
6·1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선거홍보 전화와 확성기를 동원한 거리유세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민은 물론 일선 경찰관마저 선거홍보전화로 업무에 방해를 받는 실정이다. 서울 한 파출소의 서모 순경은 “출동할 때마다 쉴 새 없이 선거홍보전화가 울렸다”며 “파출소에도 선거로 인한 소음 신고가 매일 들어온다”고 토로했다. 선거홍보를 위해 시민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는 선거운동을 위해 자동응답방식(ARS)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후보자나 선거운동원은 문자발송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1회 발송 인원을 20명을 넘기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문자를 보낼 수 있고, ARS 전화도 횟수에 제한 없이 걸 수 있다.
지난달 공직선거법 개정안 시행 이후 거리유세에서 사용되는 확성기도 소음 규제가 가능해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 부착 확성장치는 정격출력 3㎾와 음압 수준 127㏈을 초과해선 안 된다. 다만 대통령선거와 시도지사선거 후보자용 확성장치는 정격출력 40㎾·음압 수준 150㏈까지 허용된다.
하지만 선거홍보 수단으로 쓰이는 이들 방법이 오히려 유권자에게 민폐로 비쳐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달 19~31일 진행된 유세활동에서 소음으로 인해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소음 신고는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선거유세가 시작된 이달 19일부터 30일 오전 5시까지 서울시내에서 접수된 소음 신고는 90여건이다. 이 중 선거 관련 소음 신고는 50건가량(이상 일평균)으로, 전체 신고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리에서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거나 수차례 선거전화를 돌리는 것은 사람들에게 공해로 느껴질 뿐”이라며 “전화를 통한 선거홍보를 없애고, 거리유세 역시 주택가 등 인구 밀집도에 따라서 허용 데시벨(㏈)을 규제하는 등 보다 더 섬세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공직자나 대표자를 뽑는 의사를 결정하는 민주적 절차가 바로 선거다. 그러나 선거 홍보 과정에서부터 사람들이 반감을 느끼면 투표 동기는 줄어들 뿐이다. 선거홍보를 통해 국민이 투표하는 독려의 차원이 되어야지, ‘공해’로 다가오게 해서는 안 된다. 선거 때마다 국민이 일일이 선거홍보 전화를 차단하는 수고가 이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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