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금융권에서 근무하는 L씨(31ㆍ남)는 40만원대의 올리버피플스 안경테를 5년째 착용 중이다. 올리버피플스는 국내 출시 20주년을 맞는 미국 안경브랜드로 국내에도 입소문을 타고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올리퍼피플스는 영화 ‘로마의 휴일’의 주연 배우 그레고리 팩이 생전 쓰던 안경을 복원, ‘그레고리 팩’ 모델로도 재탄생시켜 유명세를 떨쳤다.

올리버피플스 마니아인 L씨가 현재 쓰고 있는 제품 ‘도슨’<사진>의 경우 국내 출시 당시 이를 취급하는 안경점이 거의 없었다. L씨는 수소문 끝에 홍대 인근 한 안경점에 입고됐다는 정보를 찾아냈다. L씨는 당시 강남권에서 근무했지만 퇴근 후 홍대까지 찾아가 어렵게 구입할 수 있었다. L씨는 이 안경에 대해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디자인이 아니면서도 금융맨으로서 지적인 이미지를 더해줘 이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며 “게다가 견고하면서도 가벼워 더욱 소장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경이 시력교정 기능을 넘어 패션 아이템이 됐다는 것은 이미 오랜 전 얘기다. 이제는 L씨처럼 패션도 따지지만 자신의 철학과 취향에 딱 맞는 안경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비교적 높은 가격이라도 중고가 이상의 안경테에 지갑을 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명동에서 30년 가까이 안경점을 운영해온 김모 사장(60ㆍ남)은 “과거 독특하고 화려한 디자인이 우선됐지만 요즘은 싸보이지 않으면서 기품 있고 진중한 디자인을 많이 찾는다”며 “특정 브랜드만 오랜 기간 착용하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에 안경 하나 값이 의류 한 벌보다 더 많이 나가는 사례도 나타난다. 남자의 경우 보통 수트 한 벌이 30만~50만원으로, 40만원짜리 안경테에 렌즈까지 더하면 족히 60만원 정도 돼 수트 가격을 능가한다.

이는 비단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1996년부터 온라인을 통해 안경을 판매하는 세계적인 안경쇼핑몰 프레임디렉트(FRAMESDIRECT)의 남녀 인기 안경테 상위 5개 제품 평균 가격은 각각 25만4700원, 23만7000원이다. 미국의 이 쇼핑몰은 500여 개의 브랜드 10만여 개의 제품을 취급한다. 국내 소비자들도 직접 구매를 통해 이 쇼핑몰에서 안경을 구입하고 있다.

나아가 1500만원 이상의 포르쉐 광확 프레임 한정판, 570만원에 상당하는 황금 재질의 까르띠에 무테 등 초고가 럭셔리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스티븐 코브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 CEO(최고경영자)는 “내게 있어 안경은 격식과 기능을 다 조합시킨 필수품”이라며 “매일 아침 눈을 뜨면 30여개의 안경 리스트 중 그날 기분, 일정에 맞게 안경을 고르는 것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정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