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잡힌 의무화…의미와 전망
野이어 여당도 법제화로 급선회
하도급법 시행령 등 법개정 추진
시장원리와 상충 물가상승 우려
‘자율조정’ 기조에 머물렀던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가 본격 논의되고 있다. 13만여 수탁 중소기업들을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는 하도급법 시행령에 표준계약서 의무화로 방향을 잡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납품단가 연동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 2008년, 2009년 이명박정부 당시 도입이 논의됐지만 ▷경쟁을 촉진하는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고 ▷사인간의 거래에 국가가 개입해 민법체계의 혼란을 초래하며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에 막혔다.
중소기업계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따른 원자재난으로 극심한 원가압박을 받고 있다. 납품단가를 원자재가에 연동해 반영해주는 제도는 현재 일부 대기업들만 채택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 일감 수탁 중소기업들은 원자재가격을 전혀 보전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심화되는 대·중기간 양극화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요구되고 있다.
여권은 민법체계와의 상충 우려는 불공정 거래구조 개선을 위해 하위법령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도 이런 구상을 밝혔다.
성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원사업자(대기업)와 수급사업자(중소기업)가 납품계약을 체결할 땐 반드시 표준계약서를 쓰도록 하도급법 시행령에 명시하게 된다. 납품단가 상승분을 반영한다는 내용은 시행령에 명시되고, 원가 인상분 반영이 제대로 안되면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이나 민사소송 등을 통해 구제 단계에 들어간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값이 급등할 경우 원가 상승분을 자동으로 납품대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으나, 인수위에서 법제화 대신 도입하는 대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으로 선회하자 중소기업계가 법제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더불어민주당과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법제화를 ‘검수완박’처럼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성 의장의 이날 발언은 거야(巨野)에 이어 여당까지 법제화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기존 입장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사적(私的) 계약에 국가가 개입하는 형태여서 민법체계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매번 나온다. 민법체계와 상충 우려는 불공정한 경제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회적 자본주의 개념에 기반해 해결하겠다는 게 정치권의 복안이다.
기존에 법제화 대신 택한 조정협의 의무제나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는 유명무실하다.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는 협동조합이 개별 기업을 대신해 납품단가 조정을 요청할 수 있게한 제도로, 지난해 도입됐지만 시행된 사례가 0건이다. 대부분의 중기가 대기업에서 거래를 끊을까봐 차마 조정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제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대표적인 게 물가상승이다. 원가 상승분이 납품가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이상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 수준을 넘어선 법제화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조심스런 입장이다. 공정위 측은 “연동제를 법제화 한 나라는 없다. 대부분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양 당사자의 협의를 통해 계약하도록 하고 있다”며 “연동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조정협의제 등을 활용하면서 지속적으로 검토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