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대 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독립과 동시에 헌법에 명문화된 지방자치제도는 1952년 최초로 지방의회가 구성됐지만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것은 1995년부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기본적으로 7장의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같은 광역자치단체장부터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회, 기초의회, 교육감, 여기에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비례용 투표용지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러다 보니 투표행위도 두 번에 나눠 해야만 한다. 같은 날 7명의 후보를 골라 도장을 찍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이름조차 생소한 사람 중 하나를 고르는 ‘복불복’ 투표가 되기 십상이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처럼 후보 간 토론회도 열리지만 시도지사 후보 토론 정도를 제외하면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정당 후보자를 연달아 찍는 ‘줄투표’나 ‘깜깜이투표’ 같은 말이 선거 때마다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정당 구분조차 없는 교육감선거의 경우 어떤 후보가 어떤 이념적 지향성을 가졌는지, 또 초·중·고교 현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찍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문제는 1995년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래 3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이 같은 지방선거 투표제도는 사실상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지방선거는 대선 직후 치러지기에 선거 직전에야 각 당 후보가 결정될 정도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 선거가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유권자들에게 “그래도 잘 비교해보고 찍어야 민주시민이다” “깜깜이 투표라고 말하는 것은 네가 민주시민 소양이 없어서다”라고 말한다면, 진짜 비양심적인 사람일 것이다. 10만명이 넘는 외국인에게까지 투표권이 주워짐에도, 정작 투표율과 절대 실투표 인구 모두 어떤 선거보다도 낮은 상태가 30년 가까이 계속됐다면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이 상식적인 태도다.
이런 깜깜이 투표가 가져오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인물 검증을 정당의 공천에만 의존하다 보니 자질 미달 시의원·구의원·구청장·군수 뉴스는 넘쳐흐른다. 자신의 정책·공약과 정반대로 자녀를 진학시킨 교육감도 다시 선거에 나선다. 1인 1일 7투표가 가져오는 당연한 모습이다. 지방자치단체 권한이 늘어나고, 또 예산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진짜 지방자치제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지방선거, 나아가 자치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 30년 동안 있었던 다양한 부작용과 실패 사례만 모아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누구나 반론을 말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교육감선거 폐지와 시장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통합, 지방의회선거 중대선거구제 전환 및 비례 정당투표 폐지 등등 평소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제도 개선안만 적극 반영해도 7장의 투표용지를 3~4장으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지방자치제도로 밥을 먹고사는 지역정치인들, 또 지방선거를 통해 자신의 지역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는 여의도 정치인 모두가 9회 지방선거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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