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해금 회수에 주력
업무상 횡령·문서 위조 혐의
취재진 질문에 형제 묵묵부답
횡령금 은닉·파생투자 도운 혐의
지인도 체포영장 발부받아 조사
우리은행에서 614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차장급 직원과 그의 동생이 6일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횡령금 은닉을 도운 지인을 체포하는 등 공범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 1분께 직원 A씨와 동생 B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업무상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A씨에게는 공문서·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 등의 혐의도 추가로 적용했다. 또 A씨가 횡령금을 숨기고 파생상품을 투자하는 데 도움을 준 지인 C씨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C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날 검정색 모자를 눌러쓰고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을 나온 A씨는 취재진으로부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른 공범이 있었는지, 횡령금은 어디에 썼는지, 자수한 이유를 묻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2분 뒤 나타난 B씨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취재진을 그대로 지나쳤다. 취재진은 공모 혐의를 인정하는지, A씨에게 받은 100억원의 출처를 알았는지 등을 물었지만 답을 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라탔다. 이날 A씨 형제는 모두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고개를 깊게 숙여 얼굴을 최대한 가렸다.
우리은행에서 10년 넘게 재직한 A씨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3차례에 걸쳐 회삿돈 614억5124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2012년과 2015년엔 각각 173억원과 148억원을 수표로 빼냈고, 2018년에는 293억원을 이체 방식으로 빼돌린 뒤 해당 계좌를 아예 해지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자금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맡겼다고 속이기 위해 은행 내·외부 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횡령금 대부분은 과거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돌려줘야 할 계약금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은 매각 무산 이후 이뤄진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인해 주관사였던 우리은행이 보관하고 있었으나, 최근 예치금 반환 과정에서야 횡령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횡령금 중 500억원 가량은 본인이, 나머지 100억원 가량은 B씨가 썼다고 진술했다. B씨는 뉴질랜드에서 골프장 리조트 개발사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에 “횡령금을 파생상품 및 동생 B씨의 사업에 투자했으나 손실을 봤고, 타 기관의 문서를 위조했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B씨는 “횡령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형에게 계좌를 제공하고, 횡령금을 사업에 이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달 27일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고, 30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됐다. 공모 혐의를 받는 B씨도 이튿날 구속됐다. 한편 경찰은 A씨가 빼돌린 회삿돈의 흐름을 추적하면서 피해금 회수에 주력하고, 추가 범행 가담자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강승연·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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