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의신청 사건 중 검사 기소 0.14%뿐”
“美, 검찰이 ‘경찰의 대리인’…그런식 협력 안됐어”
“검찰 수사권 박탈 표현 안맞아…권한 나눠 가져야”
작년 사건처리기간 평균 64.2일…인력·예산 확대 방침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경찰은 국회 문턱을 모두 넘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실무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의 권한 확대에 따른 수사권 남용 우려에 대해서는 기존의 통제장치가 그대로 작동되고 있다고 일축했다. 경찰 수사량 증가에 따른 수사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력·예산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경찰 “수사량 증가는 대통령령 봐야…보완수사 요구 변화 없을듯”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 법안 통과와 관련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6대 범죄에서 2대(부패·경제) 범죄로 줄어들면서 경찰의 수사 총량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일지는 대통령령이 정해지는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작년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이 1만건인데, 이 중 부패·경제범죄가 가장 많을 것으로 본다”며 “6대 범죄는 4000건이라고 하는데, 4000건이 (경찰로) 온다 한들, 수사 경찰이 3만명이라 1인당 0.1건 정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수완박 법안 시행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증가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는 “현행 형사소송법과 어제 의결된 형사소송법에서 혐의가 있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 부분은 거의 변화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를 최종 통과한 형소법 개정안은 ▷시정조치 불이행에 따른 송치사건 ▷체포·구속장소 감찰에 따른 송치사건 ▷이의신청에 따른 송치사건에 대해서는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검찰의 직접수사를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팀장은 “시정조치 불이행이나 체포·구속장소 감찰로 송치된 사건이 한 건도 없어 실무적으로 문제가 안 됐다. 작년에 고소·고발인 이의신청에 따른 송치 사건 중 검사가 기소한 게 0.14%, 528건으로 굉정히 적은 숫자”라며 “(형소법 개정으로) 보완수사가 많아질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앞서 김창룡 경찰청장도 지난 3일 형소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각각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내부망에 서한을 올려 “검사 수사개시 범죄 범위를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축소했으나, 경찰수사 체제는 큰 변화 없이 기존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발인 이의제기권 사라지면 ‘성남FC’ 재발?…“피해자 있으면 보완수사 가능”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발인 이의신청권이 삭제된 데 대해서는 “고발 사건으로 접수받더라도 (불송치 결정시) 통지할 때 고발인과 피해자에게 같이 통지한다. 피해자 있는 범죄라면 (피해자에 의한)이의신청이 가능하다”라고 항변했다.
다만 “피해자가 없는 범죄들, 국가적 법익과 관련된 사건들은 이의신청이 곤란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피해자 없는 범죄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검토가 지금보다는 타이트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발인의 이의신청으로 경찰이 고발 4년 만에 강제수사에 돌입하게 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한 언급도 있었다. 고발인의 이의신청이 불가능해지면 성남FC 의혹 사건처럼 경찰이 불송치했다가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을 받고 수사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와서다.
이 팀장은 “고발인의 이의신청은 안 되더라도 피해자가 있었을 것 같다”며 검수완박 법안 시행 이후라도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면 원칙적으로 보완수사 절차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 권한 확대 우려엔 “통제장치 그대로”…검경 협력 강조도
경찰의 수사 권한 확대로 인한 수사권 남용 우려에 대해서는 “경찰이 연간 70만건을 수사하는데 100% 검사에게 통제를 받는다. 통제 장치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혐의가 있으면 송치하고, 불송치하더라도 사건기록을 보내 재수사, 보완수사, 징계 등 요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또 “우리나라의 수사 사건 중 (경찰이 하는) 99.4%는 다 통제받고 있지만, 0.6%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통제가 없다.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은 누구도 못 본다”며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경찰 수사권 남용 우려가 있었지만, 1년간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한 사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향후 더욱 중요해질 검찰과의 협력관계에 대해서는 “미국 검사는 사건을 받으면 ‘경찰의 대리인’이라고 표현하고, 프랑스와 독일은 검사가 사무실에서 헤드셋을 꽂고 24시간 경찰 전화에 상담해 준다”며 “70년간 지휘체계에서 있었다 보니 그런 식의 협력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검찰과 관련해선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한다’는 표현은 맞지 않고, 실제로는 수사권한은 경찰이, 기소권한은 검찰이 나눠 갖는 게 맞다. 기능적으로 연계해 협업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위헌 논란의 핵심인 영장청구권에 대해서도 “영장주의는 신청이 아니라 법관 판단이 본질”이라며 “영장청구권이라는 게 검사의 수사권을 보장하겠다는 조항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작년 사건 처리기간 평균 64.2일…인력 확대 추진
김 청장이 밝혔던 인력·예산 확대 추진 방침도 재확인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 부담이 늘어난 지난해 1년간 사건당 평균 처리기간은 64.2일이었고, 고소·고발 사건은 형소법 기한(3개월)에 임박한 87일이었다. 올해 수사경찰관이 3만4679명이기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 팀장은 “작년에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수사기일이 3~4일 정도 늘어났다”며 “수사권 조정을 시행하면서 책임수사 체계를 갖추면서 심사, 검토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력과 수사 인프라가 부족하고, 수사비가 검찰에 비해 굉장히 열악한 예산”이라며 “TF가 조만간 출범해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로부터 이관받는 공직자·선거범죄와 관련해서는 조직 개편 가능성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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