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패배 민주당…박홍근 원내대표 선출부터 심상찮아
검찰 집단 반발에 민주당 내 ‘강경파’ 목소리 득세 상승작용
국힘, 사싱상 중재안 파기… 박병석 의장 ‘민주당에 손’
5월 첫주 형소법·검찰청법 개정안 文 대통령이 ‘공포’ 가능성↑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타기관으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두고 여야에 또한번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 두 법안의 공포까지 마치겠다는 더불어민주당과, 위헌 소송은 물론 국민투표 카드까지 꺼낸 국민의힘은 두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총력 저지하겠다는 태세다.
한달 넘게 ‘검수완박’
이번 사안의 시작은 민주당의 원내대표 선거 때부터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로 송영길 당대표가 대선 다음날인 지난 3월 10일 물러났고, 윤호중 원내대표가 공동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체제로 운영됐다. 윤 위원장은 원내대표 겸직이 사실상 어려운만큼 조기 원내대표 선거를 실시키로 했는데,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 문제는 원내대표 선거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박 원내대표가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시점은 대선이 끝난 뒤 2주일여만인 3월 24일인데 당시 원내대표 선거 구호는 후보들 모두 ‘문재인·이재명을 지키자’였다. 강성 지지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박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에 착수했고, 그 첫 움직임은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일(4월8일) 직전 날인 4월 7일이었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상임위가 바뀐 것이다. 국민의힘은 안건위 무력화를 위한 수순이라며 반발했으나 결국 민주당 의사대로 양 의원의 사보임은 채택됐다.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분리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되자 검찰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주재 고검장 회의(4월 8일)가 열렸고,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전원 명의로 반대의견서(4월10일)가 나왔으며, 김 총장 주재 지검장회의(4월 11일)도 열렸다. 검찰의 반발은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 민주당 내 온건파 의원들도 검찰의 집단 반발에 강경 모드로 태세 전환됐다. 한 민주당 의원은 “한국의 어느 공무원이 입법부를 이렇게 대하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뺏는 방안이 당론으로 채택 된 것 역시 검찰 집단 반발의 역작용이란 해석도 많다. 민주당은 4월 12일 검찰의 수사권을 분리하는 것으로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대표 발의자는 박 원내대표로 해당 법안 제안자 명단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172명이 모두 서명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법’ 당론 채택의 역작용은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도 나왔다. 당론 채택 다음날인 4월 13일 윤 당선인은 한동훈 검사장을 차기 정부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당론 채택과 한 후보자 지명과의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공교롭게도 하루 차이로 각각 검수완박에 대한 대응과 맞대응 성격의 이슈가 제기된 것이다. 한 후보자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방안 추진에 대해 “야반도주극”이라 맹비난했다.
‘위장탈당’부터 ‘중재안’까지
사안이 장기화되자 민주당 내부에선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것이 맞느냐는 온건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일사분란한 대오 형성을 기대했던 민주당 지도부는 당황했다. 특히 안건조정위 무력화를 위해 법사위에 사보임한 양 의원이 ‘검수완박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혼란은 극심해졌다. 정의당 역시 이대로는 안된다는 회의론이 비등해졌다.
정점을 찍은 것은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이었다. 민 의원은 민주당에 돌연 탈당계를 내고 법사위로 소속 상임위를 옮겼다. 안건조정위 무력화를 위해 또한번의 ‘무리수’가 진행된 것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민 의원의 결단에 감사’를 표했지만, 뻔히 민주당 소속 의원이 무소속 의원으로 법사위에 배치된 것을 두고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또한번의 변곡점은 박병석 의장이다. 박 의장은 당초 미국과 캐나다 순방이 예정돼 있었는데 ‘직접 중재’를 선언하며 순방을 보류하고 국내 잔류를 택했다. 박 의장은 지난 4월 22일 박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불러 중재안을 만들었고, 중재안을 수용하는 정당의 의사에 따라 국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최후 통첩이었다. 두 원내대표는 각 당의 의총을 열어 중재안에 수용 의사를 밝혔다.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기존 6대 범죄에서 경제·부패 사건으로 줄였고 이마저도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을 골자로했다. 중재안이 나온 뒤 검찰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김 총장은 중재안이 공개되자 사표를 제출했고, 고검장 전원 역시 박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야합’이라고 비판하며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국민투표에 공포까지
국회의 관련 입법 사항에 대해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던 윤 당선인측도 국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측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였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한 검사장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추진은 무리다. 1주일로 시한을 정해 움직일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의총 추인 과정까지 거친 의장 중재안을 뒤집는 것이 가능하냐 여부였다. 그러나 의장 중재안에 서명 당사자였던 권 원내대표가 입장을 바꿔 ‘선거·공무원 수사’까지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며 중재안을 사실상 파기했고, 윤 당선인의 비서실장인 장제원 의원이 ‘국민투표’를 제안하면서 국회 기류는 순식간에 다시 얼어붙었다. 급기야 지난 27일에는 본회의에 부의된 검찰청법 개정안을 두고 필리버스터까지 재개됐다. 다만 국회의장이 회기 변경의 건을 승인, 무제한토론은 당일 자정까지만 진행됐다.
휴일인 30일에도 국회 본회의장은 뜨거울 전망이다. 여야는 소속 의원들에 30일 오후 국회 경내에 머물라고 요청했다. 국회는 30일 오후 4시 본회의를 열 예정인데 무제한토론에 붙여졌던 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한다는 국회법 규정에 따라 검찰청법 개정안이 개의 직후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민주당 단독으로 소집한 국회 운영위원회의에서 채택된 사개특위 구성안은 오는 5월 3일께 본회의에 부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필리버스터로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막아설 예정이지만 의석수 열세로 인해 오는 5월 3일 오전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막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두 법안은 국무회의에 전달되고 문 대통령은 퇴임 전 마지막 국무회의(5월 3일) 또는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국회가 처리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공포를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