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저작물을 낳은 ‘삼국지’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하지만 과장과 허구로 가득하다보니 오히려 ‘삼국지’가 역사적 사실이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후대 시대의 산물이 섞여 들어가기도 하고 인물의 묘사가 부풀려져 경계가 모호해진 것이다.
가령 유비가 어머니에게 드릴 차를 구하기 위해 낙양까지 먼 길을 떠난다든지, 관우가 동탁군의 장수 화웅의 목을 술이 식기 전에 베어오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실제로 약속을 지켰다는 얘기가 그렇다. 그런데 당시 낙양은 차가 생산되지 않는 곳이었고, 심지어 삼국시대에는 차를 마시는 습관 자체가 없었다. 또한 역사에서 화웅의 목을 벤 이는 손견이었으며, 데워 먹는 술, 증류주는 원나라 이후에나 등장한다.
소설 삼국지만 허구와 과장이 있는 게 아니다. 정사인 진수의 ‘삼국지’도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지 않았다. 진수는 본래 촉나라 사람이었지만 본격적인 관직 생활은 진나라에서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위나라와 위나라를 계승한 진나라에 우호적으로 역사를 썼다. 조조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해 유리한 사실은 부각하고 불리한 사실은 축소 누락, 혹은 왜곡했다.
예를 들어 소설 삼국지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루는 적벽대전을 진수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동양사학자로 위진남북조 시대 국내 최고 권위자이자 ‘삼국지’ 전문가랄 최진열 교수는 이런 과정과 오류를 걷어내고 사실 위주의 통사 삼국지를 복원했다.
최 교수가 10년 노작 끝에 펴낸 ‘역사 삼국지’(미지북스)는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기 위해 진수의 ‘삼국지’를 비롯, ‘후한서’, ‘자치통감’, ‘진서’ 등 그 시대를 다루는 거의 모든 사료를 분석했다. 특히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로 대표되는 소설 ‘삼국지’와 정사 ‘삼국지’를 비교, 무엇이 사실인지 판별할 수 있게 했다.
이 책의 특별함은 삼국지의 시대적 배경을 이루는 지리와 지형, 주요 전투와 군용의 전략을 200개의 지도로 그려낸 데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최 교수가 세계 최초로 그린 지도이다.
그동안 의문을 자아낸 사건들도 명료하게 풀어냈다. 관우의 석연찮은 죽음을 둘러싼 배경과 한중 점령으로 포장된 유비의 북벌 실패, 제갈량의 북벌이 좌절된 가정(街亭)의 위치, 제갈량이 죽은 곳과 오장원의 위치 등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소설 ‘삼국지’와 진수의 정사 ‘삼국지’를 넘어선,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삼국지 해설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역사 삼국지/최진열 지음/미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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