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지는 규제영향분석
산자위 480개, 환노위 133개
기업규제, 20대의 70% 수준
정부입법처럼 사전심사 필터링
불필요한 규제 양산 막아야
“의원입법 심사기구 설치 필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국회는 상임위원회를 가리지 않고 각종 의원입법으로 다수의 기업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산자위와 환노위에서만 벌써 600개가 넘는 규제를 담은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의원입법은 개별 의원들의 자유로운 입법활동 등 제도 본연의 취지가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양적·질적 기준선이 없어 기업들의 혼선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의원입법도 정부입법처럼 사전규제영향심사를 시행, 이를 거친 법안만 발의되는 필터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발의수 중심의 의정활동평가 방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22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운영하는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21대 국회 회기 중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해 총 212개(4월 현재)의 기업규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중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은 12개로, 이를 통해 만들어진 규제수는 29개다. 대표적으로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이 법 개정안에는 주계약기업(대기업)과 협력기업(중소기업) 간 거래에 있어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대금 조정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담고 있다. 유가 등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면 하청업체의 납품가도 동반 상승시킬 것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대기업은 이를 위반시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환노위에도 근로 조건에 관한 기업규제 법안이 다수 올라와있다. 대표적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총 24개 발의된 상태다. 작년 5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체불임금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사업주가 근로감독관의 시정지시에 불응시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받도록 했다.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양립지원법 개정안도 27개 제출된 상태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작년 3월 발의한 이 법 개정안은 자녀의 육아기 근로시잔 단축 사용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정부입법은 사전규제영향분석이 의무 규정으로 돼 있다.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정부가 법안을 통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입법을 하려면 해당 법령에 대한 규제 파장 정도를 평가해야 하고, 이를 담은 분석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같은 절차를 통해 해당 규제와 관한 문제 소지를 명확히 정의하고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규제의 신설·강화를 예방할 수 있게 되고, 피규제측인 기업이나 국민들은 규제 내용에 대한 정보를 얻어 미연에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이와 달리 국회 법안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의원입법은 동료의원 10인 이상의 동의와 비용추계서만 있으면 별도의 영향분석 절차가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법안은 과학적·체계적 분석이 부족한 실정이고, 정밀한 내용으로 발의되지 못하다보니 법안 통과율도 저조하다. 국회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의 의원입법 반영율은 각각 41.7%, 36.4%에 그쳤다.
이에 입법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의원 규제영향분석을 의무화함으로서 불필요한 규제 양산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규제정책위원회도 지난 2017년 의원입법에 대해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하거나 국회 내 규제품질관리를 위한 상설기구를 설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국회 스스로도 이같은 필요성을 인지, 의원입법 제도 보완에 대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재작년 8월 의원입법 시 규제영향분석을 함께 제출하도록 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계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규제팀장은 “의원입법은 사전에 거르는 장치가 없다보니 당시 유행이나 이슈에 따라 여러 법안들을 발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원에 대한 규제영향심사를 생각해봐야 하고, 입법부 내에서 의원입법 심사기구를 만들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범 건국대 교수(행정학)는 “지난 15~16대 국회부터 의원입법이 크게 늘었는데, 시민사회단체에서 발의수로 의원활동을 평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의회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입법영향평가나 규제영향분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경원·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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