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 3분의 2이상 찬성 가결
리비아 이후 두번째 이사회 퇴출
北·中은 “정치적 책략” 공개 반대
러, 곧바로 인권이사회 자진 탈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러시아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퇴출당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강제력을 갖는 결정에서 절대적인 비토(반대)권을 갖는 상임이사국이 유엔 산하 기구에서 자격 정지된 것은 1945년 유엔이 창설된 이후 러시아가 처음이다.
다만, 러시아의 비토권이 여전한 데다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의 행위에 대한 비판 결의안에 찬성했던 국가 중 3분의 1 가량이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퇴출 결의안에는 찬성하지 않은 만큼, 향후 유엔 내에서 러시아의 ‘전쟁 범죄’ 혐의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러, 인권이사국 자격 박탈…우크라 “결의안 찬성은 선택 아닌 의무”=유엔총회는 7일(현지시간) 긴급 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을 찬성 93표, 반대 24표, 기권 58표로 가결했다. 미국이 추진한 이번 결의안에 유럽 등 서방 동맹국과 한국 등이 찬성표를 던졌다.
표결에 불참하거나 기권한 나라를 제외한 유엔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이 결의안에 찬성함에 따라 러시아는 인권이사국 자격을 박탈당하게 됐다.
이로써 러시아는 지난 2011년 반정부 시위대를 폭력 진압한 리비아에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쫓겨난 두 번째 나라가 됐다.
이날 결의안 통과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근교 부차 등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 수백명을 집단 학살했다는 증거가 드러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심각하고 조직적인 인권침해를 저지른 나라는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는 유엔 규정이 그 근거가 됐다.
결의안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인권과 인도주의 위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러시아의 인권침해 사례들을 적시했다.
표결에 앞서 세르게이 끼슬리쨔 주(駐)유엔 우크라이나대사는 “러시아의 행동은 도리를 벗어났다. 러시아는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나라일 뿐 아니라 국제 평화와 안보의 토대를 흔드는 나라”라며 결의안에 찬성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또 “결의안 찬성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며 “반대표는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겐나디 쿠즈민 주유엔 러시아차석대사는 “조작된 사건에 근거한 우리에 대한 거짓 혐의를 부인한다”며 부결을 촉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반대·기권·표결 불참國 합산 시 유엔 회원국 절반 넘어”=다만, 이날 표결 결과는 지난달 유엔 총회를 통과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비판 결의안에 비하면 후퇴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달 2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촉구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는 141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우크라이나 위기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음을 명시한 유엔 총회 결의안은 지난달 24일 찬성 140표로 채택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표결에선 인도, 브라질,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제3세계’ 국가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그동안 미국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중동 국가들도 ‘기권’을 선택하며 사실상 미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AP 통신은 “반대표와 기권표, 아예 표결에 불참한 국가 수를 모두 합치면 193개 유엔 회원국의 절반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만이 러시아의 유엔 인권위원회 퇴출에 찬성한 만큼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벌인 민간인 학살-인권 유인 등에 대한 책임을 국제 사회가 묻는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당장 북한과 중국은 이날 결정에 대해 공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표결에 앞서 발언을 신청, “우리는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이 부족한 정치적 책략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미국을 겨냥해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정치적이고 평화적인 해법을 추구하는 대신 회원국들 사이에서 대립과 불신을 계속 추구하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면서 “일방적인 조치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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