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매일 100만배럴 석유 방출
전문가, “일시적 조치”…근본 대책 촉구
美의 하루 소비량 2100만배럴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따른 유가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하기로 31일(현지시간) 결정했다.
백악관은 ‘사상 최대 규모 방출’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연말까지 역사적인 물량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향후 6개월간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를 방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총량으론 1억8000만배럴이며 전 세계 수요의 이틀치에 해당한다.
미국은 세계 시장에 이보다 더 많은 원유를 공급하기 위해 동맹국과 추가 방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미 행정부를 옥죄고 있는 고(高) 인플레이션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잡아보려는 고육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11월과 지난 3월초에도 각각 5000만배럴, 6000만배럴(30개국 합산량)을 방출하기로 해 반년도 안 돼 세 차례나 전략비축유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SPR 방출과 함께 공급 확대를 위해 자국 안에서 원유 시추용 공공부지를 임대했지만 생산하지 않는 땅에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의회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발표를 계기로 원유 가격이 하락하는 등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7.54달러) 급락해 100.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번 조처를 두고 전문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유가를 낮추는 데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을 뿐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미 공화당 소속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은 미국의 에너지 생산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내놓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SPR 방출에 대해 “총상에 반창고를 붙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이 석유와 가스 같은 에너지 부문 생산에 투자를 해야 하며, 석유·가스 생산을 위한 임대를 다시 시작하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SPR 방출로 생산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게 데인스 의원의 주장이다.
미국 투자리서치업체 CFRA의 스튜어트 글릭먼 원유 분석가의 의견도 유사했다. 그는 “두통에 (두통약인) 애드빌을 투여하는 것과 같다”며 “두통의 근본 원인은 약효가 사라진 뒤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유 소비량과 비교해 SPR 방출량이 적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메그 제이콥스 에너지 전문가는 “미국은 하루 2000만배럴의 원유를 사용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일시적으로 하루에 100만배럴만 주입하기로 했다”며 “소비량이 많아 이러한 조처가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에 따르면 미국인은 매일 평균적으로 약 2100만 배럴의 원유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40%가 휘발유에 사용된다. 현재 미국은 하루 평균 117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2020년 초 생산된 1300만배럴보다 적은 양이다.
이날 미국의 발표에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와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인 오펙플러스(OPEC+)는 오는 5월 하루 증산량을 43만2000배럴로 합의했다.
yooh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