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재편 대응 ‘애로해소 센터’ 설립 건의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가 통상기능 이전을 놓고 부처간 치열한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재계가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통상기능에 대한 ‘총괄 상시 컨트롤타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단체들은 인수위에 통상기능 강화를 위한 컨트롤타워 설립, 공급망 애로해소센터 설립 등을 제안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경제안보 등 글로벌 리스크 대처를 위한 총괄 상시 컨트롤타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의 무역 분쟁이 치열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산업별 품목관리와 통상정책이 지속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컨트롤타워를 통해 대(對) 중국 주력 수출산업에 대해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과 종합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미중갈등 심화, 팬데믹 이후 원자재 수급 불안 등으로 인한 강대국 중심 공급망 재편정책이 한국 기업에도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EU 등에 ‘공급망 애로해소센터’ 설립을 건의했다.
센터는 외국정부 등의 요구사항을 조율하며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기업들의 해당국 투자인센티브 확대 유도,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별기업 기밀 유출 등으로 인한 피해 안전판 제공, 해당국 공장 등 시설 이전시 중앙·지방정부와 협상 지원 등의 기능을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글로벌 공급망 종합점검을 위해 산업부 등에 분산돼 있는 전체 상황을 재정비하고 통상교섭본부에 공급망 운영 관련 무역 관리 시스템을 마련키로 공약했다. 기술·안보·통상을 포괄하는 범부처 역량과 정책 조율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큰 방향이다.
또한 경제안보 외교를 적극 추진하겠다며 반도체나 배터리 등 핵심 제조기술을 경제안보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한일 관계 개선을 전제로 외교·경제장관이 함께 참여하는 ‘한미일 경제·안보 2+2+2 회의’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도체 등 제조기술을 다루고 외교·경제 장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만큼 부처간 의견을 조율할 조직이 꼭 필요하다.
산업부와 외교부는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각각 ‘산업정책과 일체화된 통상 전략’, ‘첨단기술, 공급망 등 주요국가와 국제공조 방안 등 적극적 외교안보를 통한 국익실현 방안’ 등을 보고하며 통상기능 확보에 치열한 힘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미국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한 통상기능의 외교부 이전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나와 산업부가 “사실과 무관”하다고 했으나 외교부는 배후에 산업부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유감을 표명했다.
재계에서는 통상기능 논쟁과 관련해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무역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고 각 산업이 밀접한 연관이 있어 원자재 시장 등을 비롯해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력을 갖춘 조직이나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미-중-유럽 등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국제무역에서 한국은 ‘갑’의 위치보다는 ‘을’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아 외교적 역량도 중요하지만 기업간 국제소송 등을 다루기 위해서는 통상을 잘 알고 다룰 수 있는 조직이 업무를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을 얼마만큼 이해하는 쪽이 통상을 하느냐”를 중요한 포인트로 강조했다.
지난 22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신정부 통상정책 심포지움’에서는 제조업 강국이 산업통상형 조직을 채택하고 있다며 산업부의 통상기능 유지에 무게를 실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교와 안보의 수단적 측면만 강조하다 보면 ‘국부창출의 기반’이라는 통상정책의 또 다른 산업적 측면을 놓치게 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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