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요란하다. 미-중 패권경쟁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넘어 한반도 주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군사조사와 자원조사, 시설물 설치, 해상위성발사, 관공선의 공세적 진입 등 정신없는 현안들이 쏟아진다. 불법 조업은 어느덧 무감각한 구문이 돼버렸고, 독도와 이어도 문제는 예견 가능한 상시 관리로 전환된 듯하다.
최소한 100년 미증유의 변혁이 한반도 해양을 향해 다가온다. 미-중 간 해양패권 대립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함께 신냉전의 서막을 장식하고 있다. 해양이 중심이다. 해양을 통한 세력 간 충돌의 전운까지 감돈다. 꺼림칙하다. 모든 분쟁과 충돌에서 한반도가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국 대응은 결연하다. 2013년 시작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 작업은 2016년 국제재판에서 필리핀에 패소했음에도 거침이 없다. 2013년 해양세력을 중국해경국으로 통합시키더니 2018년에는 무경(武警)으로 이관했다. 세력의 통합이자 지휘 체계 일원화다. 2021년에는 준(準)군사조직으로 전환시켰다. 법 위반 시 외국 군용선과 정부 선박도 강제 견인이 가능하다.
일본 해상보안청의 해상통제력은 압도적이다. 해양 측량조사부터 정보 구축, 국제 관계 등 모든 기능을 가진 조직이다. 최근 2년간 우리 제주 남부 수역 제7광구 인근을 탐사했던 조사선 역시 이들이다. 우리 조사선이 독도와 제주 남쪽 수역에서 해양과학조사를 진행할 때도 여지없이 초계기가 나타난다. 일본은 광역 해양감시망 구축과 해양 통제에 2022년에만 약 5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해양상황에 대한 의사결정 체계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은 2013년 설치된 해양위원회를 2019년 중앙외사공작위원회로 통합했다. 일본은 각 국무대신으로 구성된 종합해양정책본부의 본부장을 총리가 담당한다. 미국과 프랑스, 유럽연합(EU)이 운용 중인 범부처형 해양위원회와 같다. 모두 해양위협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통제와 억지력 확보 조치다.
대한민국의 바다는 과연 안전한가. 전 세계 151개 연안국 중 한반도만큼 복잡한 해양국가는 없다. 세력 충돌의 한가운데 있으며, 양자 문제와 다자 문제가 혼재돼 있다. 위협은 첨단화되고 지능적이고 비가시화되는 특징으로 다가온다. 해양경찰은 광역 기동, 해양정보, 무장화, 첨단 장비와 무인화 등 4차산업혁명의 변화를 빠르게 전략 증강의 방향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함정 기동은 빨라야 하고(고속화), 식별은 넓어야 하며(광역화), 해양 상황은 정확(정보 융합)해야 한다.
의사결정 체계의 개편도 필요하다. 현재 해경과 해양수산부 어느 수장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멤버가 아니다. 해양에 대한 무지이자 상황 오판이다. 한반도 해양 위협 상황은 사실 해양경찰에 제한적 의제는 아니다. 모든 국가 경제와 안보에 직결된다. 해양 상황에 대한 최상위 커맨드센터(command center)가 필요한 이유다. 해양력에 대한 시대별 정의는 다르나 지금은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결합한 새로운 해경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위협이 상시화된 시대다. 해양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의 확보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바다는 매우 위험하다.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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