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피아노 콩쿠르 휩쓴 천재 피아니스트

6집 음반·전국투어 리사이틀 시작

“30대 임동혁의 슈베르트는 들을 만한 가치 있어”

한국 데뷔 20주년을 맞은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연합]
한국 데뷔 20주년을 맞은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금까지 피아노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음악을 사랑하고, 배우려는 열망이 넘쳤어요. 그 점만은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어요.”

‘한국인 최초’, ‘클래식 계의 아이돌’이라는 수사를 안은 첫 주인공이었다. 일곱 살에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거둔 수많은 성취와 함께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수사를 달고 다녔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임동혁(38)은 최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0대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는데, 40대를 바라보는 지금은 참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며 “정신없이 달려왔다”고 말했다.

“음악적으로 더 깊고,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엄청난 공부와 연구가 필요해요. 지금은 10대와 비교하면 레퍼토리를 늘리는 것조차 쉽지 않아요. 기억력이나 신체적 능력 등 몸이 점점 퇴화하기 시작하는 건 숙명인 것 같아요. 이를 의식하면서 끊임없이 경계하고 채찍질하려고 해요.” 그래서인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술과 담배를 시작한 것을 가장 큰 후회로 꼽는다. 임동혁은 “40대가 되면 자기 관리를 한 사람만 살아남는다. 노쇠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고 말했다.

20년의 긴 시간은 임동혁의 이름 뒤에 무수히 많은 커리어를 남겼다. 클래식 애호가들은 지금도 ‘동동 브라더스’의 어린시절 모습을 또렷이 기억한다. 형 임동민과 함께 나간 1996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형제는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당시 임동민이 1위를, 임동혁이 2위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찬란한 커리어가 시작됐다. 2000년 부소니와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이듬해 롱티보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올랐다.

세계 무대에서 임동혁이 더 주목받게 된 것은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였다. 당시 3위에 올랐던 그는 ‘편파 판정’이라며 수상을 거부했다. 임동혁은 당시를 떠올리며 “여왕이 주는 상을 거부한 음악가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고,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다시 돌아간다면 거부하지 않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200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한국인 최초 입상(임동민과 공동 3위), 2007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4위에 오르며 3대 피아노 콩쿠르에서 모두 입상한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국제 대회에서 거둔 성과만큼 임동혁에게 지나온 시간들 안엔 “콩쿠르 입상이 목표”였던 때도 있었다. 어느새 불혹을 앞둔 지금은 “더 나은 뮤지션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임동혁이 30대 후반에 접어들며 녹음한 슈베르트를 들고 돌아왔다. 그는 “완벽한 버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디를 나가도 부끄럽지 않은 연주 녹음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크레디아 제공]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임동혁이 30대 후반에 접어들며 녹음한 슈베르트를 들고 돌아왔다. 그는 “완벽한 버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디를 나가도 부끄럽지 않은 연주 녹음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크레디아 제공]

음악을 향한 꾸준한 애정과 열망을 담아 최근엔 슈베르트가 생애 마지막 해에 작곡한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 중 두 곡인 20번 A장조와 21번 B플랫장조를 담은 6집 앨범을 선보였다.

그는 슈베르트의 후기 소나타를 음반으로 선보인 것에 대해 “어떤 곡을 녹음하겠다고 목표를 잡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혼도 딱 알맞은 사람이랑 하는 게 아니라 알맞은 시기에 앞에 있는 사람이랑 하는 것과 같다. 어쩌다 보니 이 곡을 치게 됐고, 음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임동혁은 슈베르트에 대해 “애증이 크다”며 “저 자체는 낭만적인 사람에 가깝다. 슈베르트는 제가 천성적으로 갖지 못한 클래식한 부분을 갖고 있어 동경한다”고 말했다.

“완벽한 버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디를 나가도 부끄럽지 않은 연주 녹음을 남기고 싶었어요. 최상이라고 묻는다면, 아닐 수 있어요. 다만 이 시기의 제가 담겼어요. 정성 들여 만들었고, 30대 후반 임동혁의 슈베르트는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이 듣고 피드백을 해줬으면 해요. 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오랜 시간 무대에서 피아니스트로 섰지만, 그는 여전히 무대가 두렵다고 한다. 스스로 “무대공포증이 심하고 예민한 사람”이라며 “무대에서 떨지 않는 사람이 생각보다 꽤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을 보면 너무 부럽다”고 말했다.

“무대 공포증이 심한데, 꾸역꾸역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도 요즘은 조금 나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무대에서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요. 열심히 준비했는데 다 보여드리지 못하면 아쉬우니까요.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내려오면 너무 행복하죠. 만약 악마가 ‘실력 이상을 주겠다’가 아니라 ‘갖고 있는 실력까지만 매번 발휘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면 영혼을 팔 것 같아요. 평생의 숙명이긴 하죠.”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꾸준한 연습이다. 임동혁은 “최대한 실패하지 않으려고 연습하고 있다”며 “연습을 하면 조금이라도 두려움을 줄일 확률이 높다”도 말했다.

“연주 때마다 수명이 50일은 줄어드는 것 같아요. 힘든 작업이지만 오래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꾸준히 한 길을 걸어온 그는 데뷔 20주년과 6집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전국투어를 시작한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18일), 성남아트리움(19일), 남한산성아트홀(5월 12일), 울산현대예술관(5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5월 24일)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