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 베니핏(조영주 외 지음, 해냄)=삼십대가 된 재연은 편하게 만날 절친이 없다. 예전에는 늘 누군가와 함께였지만 삼십대가 되면서 원할 때 언제든 불러낼 친구가 없다. 한 달째 주말마다 집 앞 노천가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눈치 커피를 마시던 중 누군가 던져 놓은 일수 명함에 눈이 간다. ‘당일 절친대행 3일 DC 수수료’. 혹하는 마음이 일던 차, 독서 모임에서 만난 명혜로부터 전화가 온다. 그녀 역시 재연과 다르지 않다. 둘은 급속히 친해지며 수다친구가 된다. 그러던 중 명혜에게 절친이 생긴다. 만나자고 해도 내키지 않아 하고, 만나도 금세 절친을 만나야 한다며 뛰쳐 나간다. 재연은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절친대행사를 방문하는데, 명혜가 한 달 육십시간 300만원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선 똑같은 절친을 신청한다. 재연은 절친대행, 선희와의 만남을 진짜 우정이라 생각한다. 그 때 돈이 떨어져 더 이상 선회와 만날 수 없게 된 명혜의 자살 사건이 벌어진다. 가성비를 주제로 한 소설집에 실린 조영주 작가의 ‘절친대행’이란 작품이다. 소설은 얼토당토 않은 얘기인듯 한데 있음직하다는 점에서 섬뜩하다. 소설집에는 조영주, 김의경, 이 진,주원규, 정명섭 등 다섯 명의 작가가 저마다 개성적인 문체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주제를 경쾌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풀어냈다.
▶문샷(앨버트 불라 지음,이진원 옮김, 인플루엔셜)=코로나19 백신을 처음 만들어낸 화이자의 CEO가 직접 밝힌 긴박했던 백신 개발의 비하인드 스토리. 일반적으로 백신은 개발하는 데 수년이 걸리고 상용화까지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를 화이자는 단 9개월 만에 이뤄냈다. 팬데믹 최전선에서 백신 개발의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앨버트 불라는 화이자를 음모와 불신의 아이콘에서 단번에 신뢰와 혁신의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다. 처음엔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특히 화이자가 선택한 mRNA 기술은 잠재력은 크지만 미완의 플랫폼이었다. 입증되지 않은 기술에 회사의 사활을 건 것이다. ‘광속 프로젝트’로 이름 붙여진 연구 개발 과정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독일의 바이오엔테크와 mRNA 기술 제휴를 맺고 있었던 화이자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연구 개발에 착수하면서 개발비 전액을 먼저 부담키로 한다. 실패한다면 모든 손실은 화이자의 몫이 된다. 기업문화와 의사결정 단계도 재정비했다. 불라는 직접 프로젝트 관리자로 활약하며 연구개발을 지원했다. 백신의 개발과정은 전쟁이나 다름없었지만 그 이후는 더 치열했다. 상용화를 위한 생산 문제와 세계 공급문제, 접종 기술 등의 현실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백신 승인을 놓고 미국 내 정치 압력과 백신 확보를 위한 각국의 압력, 평등한 백신 분배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불라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 바탕엔 ‘시간이 곧 생명이다’는 전략이 있었다. 책은 백신의 성공이 2019년 반대를 무릅쓰고 기업문화를 바꾸고 투자를 전면 재비치하면서 과학 혁신기업으로 탈바꿈함으로써 준비돼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최문자 지음, 난다)=최문자 시인의 첫 산문집. 시만 써오던 시인이 시 밖 외출을 했다. 하고 싶은 말들이 넘쳐서 긴 글이 됐는데, 그건 주로 상처에서 흘러나왔다. 시인은 고소공포증이 있어 20층에 사는 일이 불편했다. 20층에서 보면 모든 것이 어렴풋하다. 날아가는 새도 날파리처럼 어렴풋하고, 사람들은 어렴풋이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6년을 참고 견디다 이사하자고 한 날, 남편은 혼잣말을 하며 나갔다. “참 불편한 여자네.” 시인은 불편에 대해 생각이 깊어진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수십 수백 가지 불편함을 서로 지우면서 한두 개의 불편함에 걸려 넘어진다.” 2014년은 시인에게 지우고 싶은 해다.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든 처절한 아픔을 세 번이나 맞닥뜨려야 했다. 그해 봄 폐암 선고를 받고 폐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했다. 그리고 여름, 보이스피싱을 당해 2400만원을 잃었다. 이어 가을엔 남편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때부터 목마름병이 시작됐다. 사랑은 상대방이 행복을 느낄 시간을 주는 것이란 깨달음은 그를 오래 아프게 했다. 영안실과 회복실,두 개의 문을 가진 중환자실에서 느낀 경계에 선 스무 시간의 이야기는 산문의 정수를 보여준다.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이 무의식중에 무언가를 부르고 울부짖는 소리를 두렵게 듣다가 시인은 한 환자가 아카시아꽃을 줄곧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된다. 무의식중에 호명하는 것들의 의미를 생각하며 시인은 아카시아 동산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시처럼 높은 밀도와 아름다운 문장, 삶의 고통 가운데서 길어 올린 깨달음이 깊은 울림을 준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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