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과정 중 창업자 경영권 유지수단
‘부자세습’ 선입견에 밀려 수년째 입법 못해
새 정부 공약…벤처업계 숙원 해결 기대감
스타트업 업계에서 금기 사항 중 하나가 친구와의 창업이다. 스타트업은 내일을 담보하기 어려운 일인데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기다린다. 이를 친구와 함께 하다가는 자칫 사업에서도 쓴 맛을 보고 친구 사이도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친구와 공동 창업한 첫번째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두번째 창업에 나선 연쇄창업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사업도, 친구도 지킨 비결을 물으니 반드시 한 명이 압도적인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뜻밖의 답을 내놨다.
“초기기업일수록 내분을 막으려면 한 명에게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은 민주주의가 아니니까요.”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지만 기업에서 통용되는 논리는 사뭇 다르다. 기업은 이윤을 내야만 하는 조직이다. 경쟁자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효율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특히 창업 초기기업이라면 비전과 경쟁력, 사업 방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이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
기업계의 논리를 민주주의로 치환하다보니 공회전하고 있는 제도가 복수의결권이다. 창업자의 지분에 한해 1주당 여러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외부 투자유치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희석되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됐다. 구글, 아마존 등 미국을 대표하는 닷컴기업들이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빅테크로 거듭난 배경에는 투자유치로 어마어마한 실탄을 장전하면서도 창업자들이 여전히 강력한 경영권을 행사하게 하는 복수의결권이 있다.
복수의결권은 2년 전부터 국회에서 이리 저리 치이는 신세가 됐다. 2년 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소수 정당의 반대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산자위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반대논리는 소위 ‘재벌’로 통칭되는 대기업들까지 복수의결권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게만 적용하고, 존속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하며, 상속·양도하거나 해당 벤처가 대기업집단에 편입될 때에는 즉각 보통주로 전환한다는 규정을 두는데도 “재벌세습의 고속도로가 될 것”이란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위원들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기업) 수 기준 상위 4개국(미국·중국·영국·인도)이 모두 복수의결권 제도를 운영 중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지 의문이다. 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탈협회 등 유관업계가 국회 문턱을 닳도록 드나들었지만 제도화는 번번이 무산됐다. 희망고문이 따로 없다.
복수의결권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하다. 복수의결권은 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약이자, 그 해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도 포함된 핵심 정책이었다. 정부도 수차례 국회에 법안 통과를 요청했고, 여야가 합의했음에도 일부 위원들의 반대로 매번 발목이 잡혔다. 더구나 차기 정부는 소수 여당으로 시작한다.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는 새 정부에서 어떤 묘수로 이 난제를 풀지, 벤처기업계가 희망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기벤처팀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