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현직 대법관 재임 중 기자회견

대법원장·대법관 상의 없이 단독 결정

“현직 대법관 실명 거론한 후보자, 사상 초유”

“전국 3000여 법관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 생각”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 검토 가능성도 시사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관련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관련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대장동 의혹 관련 정치권에서 이른바 ‘그분’으로 거론된 의혹에 관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현직 대법관이 카메라 앞에 서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대선후보 토론에서 자신의 실명이 거론된 게 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관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기자회견은 전적으로 대법관인 저 개인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나 다른 대법관들과 상의 없이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날 기자회견엔 다른 법원행정처 직원들 없이, 공보관 정도만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대법관이 재임 중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도 오전 10시 10분께 긴급 공지됐다.

이날 조 대법관이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 21일 대선후보 TV토론이 결정적 영향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1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조 대법관의 실명을 공개했다. 조 대법관은 “21일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공개 방송 토론에서 한 후보자가 현직 대법관을 직접 거명했다”며 “제 기억으로 일찍이 유례가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던 대장동 사건의 의혹의 실체로 현직 대법관이 직접 거명됐다는 것에 대해 전국 3000여 법관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관은 처음엔 정면 대응을 하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께에도 의혹과 관련한 사실 확인 문의가 들어왔고, 설명을 하자 언론 보도는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대선 토론에서 실명이 언급된 후 나온 의혹 보도들 역시 일회성으로 끝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후 실명이 거론되며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응 여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고 조 대법관은 밝혔다. 그는 “지난 며칠간 잠을 자지 못하고 고민을 했다”며 “현직 대법관으로서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옳은지, 떳떳하게 국민들 앞에 사실 여부를 밝히는 게 옳은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작년 10월과 달리, 계속 증폭이 되고 있어 선량한 국민들을 오도할 염려가 있단 점을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 대법관은 자신의 실명을 거론한 이 후보에 대한 법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조 대법관은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 등에 대해 법적 구제 절차를 밟을 의향이 있는지’ 묻는 말에 “기본적으로는 타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정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된다는 것의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 이 사건에 관해서는 제가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거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단 말씀만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