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확정되면서 각 자동차업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의 전기차 모델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내놓으면서 마케팅 경쟁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전기차에 지급되는 국비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규모가 대부분 확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지급이 시작된다. ▶관련기사 4면
올해 정부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전기차 보급 대수를 늘리기 위해 대당 지급하는 국비 보조금의 최대 금액을 8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내렸다. 지자체 지원 보조금도 이에 비례해 금액이 깎였다. 이에 더해 보조금을 전액받을 수 있는 전기차 금액 상한선을 지난해 6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반액을 받을 수 있는 상한선은 900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각각 500만원씩 하향했다.
이 같은 보조금 정책 변화로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는 20만7500대로, 지난해 10만1000대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에선 오히려 보조금을 받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지난해 반도체 수급 차질로 주문을 받고도 출고되지 못한 전기차가 올해 고객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데다 올해 새로 출시되는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아이오닉5’의 출고 대기물량만 4만4000대 이상이며, ‘EV6’ 2만여대, ‘GV60’ 1만7000여대 등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출고 대기물량만 8만대를 넘어섰다.
지금 당장 계약하더라도 올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를 출고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계약을 마친 고객도 차량이 하반기 늦게 나올 경우 보조금이 소진돼 구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지엠과 쌍용자동차, 수입차 브랜드는 상반기에 전기차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며 전기차를 새로 사려는 고객이나 대기 이탈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쌍용차는 최근 ‘코란도 이모션’을 내놓고 석 주간 사전계약물량 3500대를 기록했다. 배터리 수급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추가 계약을 일단 중단할 정도로 고객이 몰렸다. 보조금을 포함해 3000만원 초반대에 구입할 수 있다고 강조한 점이 통했다.
한국지엠은 4월 초 미국에서 생산이 재개될 ‘볼트EV’와 ‘볼트 EUV’의 국내 물량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 인도한다는 계획이다. 보조금이 한창 지급될 2~3분기에 최대한 공급하기 위해서다.
폴스타도 안전 및 편의 사양을 옵션으로 따로 빼는 강수까지 두면서 보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는 5490만원에 기본 모델을 내놨다.
현대차는 이 같은 경쟁사의 움직임에 상품성 개선으로 맞선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의 배터리를 72.6㎾h에서 77.4㎾h로 늘려 주행거리를 보완할 예정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은 보조금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 새로 출시되는 전기차라면 무조건 사전계약을 해두는 상황”이라며 “생산 또는 수입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보조금 쟁탈전의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