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이 조화를 이룬 곳 ‘순창’ 좋은 식생·기후에 건강한 음식까지 토털 라이프스타일의 고장으로 인기

섬진강·강천산·메타세콰이어길… 친환경 관광지서 지친 심신도 회복

순창의 물줄기는 돌고 돈다. 전북 진안군 마이산 인근 원신암마을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100리 길을 좁다란 개울로 이어지다 순창군 내로 접어들면서 세력을 규합해 큰 강의 상류 다운 면모를 만들어간다.

구림면 구림지에서 모인 물이 화암리와 면사무소를 거쳐 회문산 휴양림을 보고 달리다 임실군 덕치면사무소쪽에서 내려온 ‘미니 섬진강’과 합류한다. 동계면 장구목을 지나면 다시 북동쪽 임실에서 발원한 오수천과 합쳐지면서 천군만마를 얻는다. 왕건과 이성계가 기도를 올려 대권을 잡았다는 성수산 남쪽이 오수천의 발원지이다. 섬진강은 순창 동편을 휘감아 돌다 곡성으로 빠져나간다.

▶산하와 사람이 둥글게 둥글게 돌아가는 곳= 순창군 지도 한가운데를 점하는 강천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팔덕면사무소, 순창군청, 가남농공단지, 유등면사무소를 거친 뒤, 적성면 사무소를 지나 남행하던 섬진강과 합류한다.

정읍 산내면 추령봉에서 발원한 서쪽의 추령천은 순창 복흥면 동산저수지에 모인 뒤, 면사무소를 지난다. 대한민국 청렴의 상징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고향인 하리에 이를 무렵 백방산에서 발원한 물줄기와 합쳐지면서 세를 얻은 추령천은 국사봉이 든든히 지켜주는 쌍치면사무소를 거쳐 산내면 옥정호로 흘러들어간다. 한바퀴 길게 돈 것이다.

순창이 왜 수려한 풍광, 건강, 싱싱한 로컬푸드와 음식과학 등을 두루 갖춘 ‘토털 라이프스타일’ 고장인지를 파악하는 첫 걸음은 산과 물의 조화, 특히 온동네를 휘휘돌아 감기우다 다시 뻗은 도도한 물줄기를 보아야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순창의 모든 물줄기는 군청, 면사무소 등 각 마을의 중심부를 관통하면서 농작물을 씻어주고, 이곳 주민의 마음까지 씻어준다는 점이다.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는 말이 있듯이 맛의 원천은 장(醬)이다. 세계적인 장맛은 순창만이 지니는 영기(靈氣) 어린 환경적 요인과 무관치 않다. 철분을 다량 함유한 순창의 물줄기가 이 고을에서 돌고 돌면서 실컷 놀다 나가니 강수량이 적은데도 물은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일조량이 풍부해 식생에는 좋다. 발효조건 면에서는 해뜰 무렵까지 아침 나절 습도와 안개가 풍부하다. 하나가 부족할라 싶으면 다른 하나가 메워줘서, 습도(음)와 일조량(양)의 관계 처럼 한 요인이 다른 요인을 배제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풍수의 대가들은 음양의 환상적인 조화가 순창 땅 내부에서 끊임없이 순환한다고 평가한다. 순창의 남근바위와 요강바위, 암소의 골반을 닮은 지세 등은 생산과 풍요, 파워의 상징이기도 하다. 순창의 장류(醬類)는 항암효능까지 있다는 학계 발표도 있었다. 순창의 물줄기가 둥글고 ‘S라인‘을 자랑하는 이유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 물(水) 가는(去)대로, 즉 자연법(法)에 충실하며 그대로 보존한 결과이다.

▶요강바위와 홀어머니 전설= 용골산(645m)과 무량산(586m)이 장군대좌형으로 마주보는 명당이라는 의미의 장구목은 좁고 빠른 S라인 물살로 인해 용틀임하는 듯한 기암괴석이 즐비하지만, 대표 절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용 ‘요강바위’이다. 이곳에 몸을 숨겨 목숨을 건지기도 하고 치성을 드려 불임을 극복했다는 얘기가 있는 생명과 생산의 상징이다. 팔덕면의 두 개 남근석은 요강바위를 금지옥엽 좋아하는 장군목을 부러워하며 말없이 서 있다. 순창은 순하고 올곧은 남성에 비해 당차고 충직한 여성의 내공이 더 센 곳이라고 한다.

직선거리 40리쯤 되는 남근석과 요강바위, 딱 중간지점에 있는 순창읍 홀어머니산성에는 순창 선비와 여인 간의 내기, 여성 불패의 스토리가 전해진다. 양가댁 양씨 과부를 좋아하던 선비 설씨는 구애를 거듭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내기를 건다. 설씨는 높이가 3자나 되는 나막신을 신고 한양을 다녀오고, 미망인 양씨는 작은 산에 성을 쌓는 일이었는데, 빨리 끝내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는 것이었다. 설 선비가 돌아오기 직전 적성(積城)을 마친 양씨 부인은 수절할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지만, 과업을 마친 그와 마주했을때 치마에 흙을 미처 털어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패배 논란에 휩싸인다. 양씨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물 속으로 몸을 던져 수절을 택했다. 그가 쌓은 성이 바로 홀어머니산성이다. 굳이 가인 김병로 선생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순창 남정네들도 참 순수하고 우직하다. 지금 순창에 가면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의지의 단풍’들이 남아있는데, 전국 각지의 손님을 모시려고 순창군 직원들이 특별근무를 자처했다.

▶입시에 찌든 아이들, “기분 대박” 아우성= 식생과 기후가 좋고, 물이 맑으며, 음식이 좋은 순창은 다채로운 구색으로 토털웰빙의 고장임을 자신있게 시위한다.

순창의 기(氣)가 집약된 섬진강 상류 인근 용궐산엔 세심정 등 정자들이 마련된 치유의 숲이 조성돼 있다. 길가의 구절초는 신경통, 정혈, 식욕촉진, 강장, 뇌졸중과 부인병 등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한다. 트레킹 프로그램에는 ‘섬진강 이야기마을’의 자연초 밥상과 연잎 도시락 등 슬로푸드를 맛볼 수 있는 기회도 포함돼 있다.

섬진강을 떠나 강천산 가는 도중, 어감도 싱싱한 ‘팔덕’면 남근석 인근 메타세콰이어길이 관광객을 매료시킨다.‘한국본초도감’은 피부 종기나 환부에 메타세콰이어 잎을 처방했다고 기록돼 있다.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강천산과 계곡은 11월초순까지 주말 하루 5만명이 찾을 정도로 매력덩어리이다. 단풍은 끝물이지만 구장군, 용머리, 병풍, 구룡, 약수 폭포 등에서 음이온이 발산되고 있음은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음이온은 혈액 중 미네랄 성분인 칼슘, 나트륨, 칼륨 등의 이온화율을 상승시켜 혈액을 정화시킨다.

구장군폭포까지 왕복 5㎞ 남짓한 거리엔 끊임없이 계곡물의 재잘거림과 산새의 지저귐에 들린다. 등산객은 1090 남녀노소가 고르다. 단체 체험학습으로 교실을 빠져나온 목포여고 1학년 손다연, 박인아, 강혜원, 김단비양은 “기분, 대박 업”임을 합창하면서, 셀카봉 아래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 아우성이다. 친환경 관광지로 인해 건강해진 아이들의 표정은 어른들을 신나게 한다.

순창군이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 이규재 교수팀에 의뢰해 당뇨환자 54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벌인 결과, 강천산 음용온천수를 지속 음용한 그룹에서 실험전 혈당이 130.6이던 것이 불과 한달만에 117.7로 낮아졌고, 139.1~75.4이던 혈압은 125.9~71.4로 감소한 현상이 나타났다.

▶토털 웰빙 고을로 무한 확장하는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의 아침은 안개로 자욱하지만, 낮에 햇빛이 작렬한다. 장류 원료의 생장과 발효에 최적 조건이다. 46개 업체가 순창을 먹여살린다. 대기업 간판도 여러개 입주해 있지만, 김경순, 김성숙, 김점례, 봉준희 할머니와, 고부 간인 변정옥-백정애님이 모두 장류를 만들어 공급하는 기업인들이다. 이들 장류와 음식물이 전국 친환경급식센터에 공급될 일은 눈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순창의 큰 경사 중 하나는 ‘흑자 지자체’가 됐다는 것이다. 전국 264개 지자체 중에서 50번째, 대도시 구청들을 빼면 강원 삼척, 태백, 충남 청원, 경북 의성, 경남 밀양,거창, 전남 보성 등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고추. 콩, 장류 재료 외에 복분자, 머위, 토마토, 연근, 고구마, 매실, 감, 다슬기, 토란, 밤 등 순창이 자랑하는 로컬푸드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최근에는 장류에 이어 발효 식초까지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한 순창이다. 노인 손목 건강검진 디바이스 부착 및 실시간 건강체크 시스템 구축, 건강장수연구소 건립, 순창군-서울대 공동 인생대학과정 개설, 순창군 드림스타트의 예절 인성교육 등 날로 확장되고 있는 순창의 토털 웰빙 인프라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날도 멀지 않아보인다.

함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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