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요즘 K팝은 팬덤 비즈니스다. 이렇게 말하면 음악산업이 팬덤 비즈니스가 아닌 시절이 있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K팝은 막연한 팬보다 적은 수라도 스타의 존재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찐팬’이 특히 중요해진 시대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일 첫 방송된 KBS2 새 예능 ‘팬심자랑대회 주접이 풍년’은 시의적절한 기획이라 할 수 있다.

‘주접이 풍년’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덕질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주접단’을 조명해 그 속에 숨어있는 사연과 함께 덕질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신개념 ‘어덕행덕’(어차피 덕질할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토크 버라이어티다.

송가인과 임영웅, 장민호(3일)편이 방송되면서, 이들 팬덤의 모습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팬들의 행동을 과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면서 그들의 덕질을 이해하게 되고 벅찬 감동도 받게 된다.

임영웅편에서 주접단으로 출연한 영웅시대 회원들의 이야기는 왜 이들이 임영웅에 빠지게 됐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은행 부장 출신인 피터분당-안나판교 부부는 ‘바램’과 ‘보랏빛 엽서’를 들으며 감동을 받고 응원을 시작했다. ‘벼리’는 15년전 남편을 하늘나라에 보내고 힘든 시간을 임영웅 때문에 에너지가 넘치고 행복해졌다고 한다.

30년째 대구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강사 ‘수학의정석’은 아들딸과 남편의 잔소리가 심해 임영웅의 사진과 등신대를 아예 학원으로 옮겨놨다. 그는 “임영웅의 주말 콘서트를 보기 위해 고3 수업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지만, 건강검진에서 림프종이 발견돼, 고통속에 임영웅 노래를 듣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하얀할멈도 임영웅을 보면서 갱년기를 극복했다며 실버덕질의 효험을 전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한창 덕질을 하던 편은지 PD를 ‘한심하게’ 보는 남편의 표정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덕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이나 친구의 ‘반대석’(의 의견)을 프로그램의 중요한 요소로 만들어놨다.

중장년층이 덕질을 시작하면서 요즘 MZ세대 못지않게 스마트폰을 잘 다루게 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음원 스트리밍과 관련 기사 체크, 투표에 매진하는 게 덕질 일과다. 덕력이 부족한 팬들은 슬기로운 덕질을 위한 무료교실에 참여하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이런 찐팬들의 활약은 스타를 건강하게 하고 K팝산업을 살찌우게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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