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7일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2심을 확정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급 인사에게 실형이 확정된 첫 사례다. 이 사건은 2017~2019년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해 그중 13명에게 사표를 받아내고, 이후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들을 임명하기 위해 6개 기관, 17개 자리의 채용에 불법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처벌됐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비교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이 기소되자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블랙리스트가 아닌) 통상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돼온 체크리스트”라고 했고, 김 전 장관 측도 “국정철학을 공유한 내정자를 지원할 필요성이 있었으며 이전 정부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원은 ‘관행’이라는 김 전 장관 주장을 “그 폐해가 매우 심해 타파돼야 할 불법적 관행”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나 정당이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물을 공직에 발탁하는 것은 역대 정부가 관행처럼 해온 일이다. 문제는 능력이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물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조직의 역량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해악이 크다는 데에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불거진 후 서울동부지검이 “공공기관 임원을 전리품 내지 사유물로 전락시킨 채용 비리의 결정체”라며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영장전담 판사가 ‘관행’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에 대한 사정’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데에서 보듯 이 문제가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논쟁적 사안임을 말해준다. 대법원이 대선을 40일 앞둔 시점에서 정부의 산하기관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취급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엄중한 사법적 책임을 물 은 것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직이 집권 세력의 논공행상 제물이 되는 후진적 엽관제도를 혁파하라는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유죄 판결 반작용으로 ‘알박기’ 인사가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임기 말의 정부가 해외 공관장 등 이런저런 인사를 단행하면서 차기 정부의 인사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직·간접 관여할 수 있는 자리가 7000여개에 이른다. 대선후보들은 차제에 미국의 플럼북(Plum Book)과 같은 투명한 인사 지침을 마련해 낙하산, 알박기 인사 논란을 제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