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스쿨존 1735개 중 안심승하차존은 370개 그쳐
“아이들 잠시 내려주기도 힘들어”
주차 공간 줄어 주민 불만도 나와
시행일부터 이달 27일까지 99일간 단속 건수 4만5000여건
전문가들 “안심승하차존 지정 시 지역 주민·학부모 참여해야”
“스쿨존 내 주차금지시간 단축 필요”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아이들 등하교할 일이 있어 잠시 학교 근처에 내려다주다가 벌금을 낸 적 있었죠. 확실히 그때 이후로 애들을 차에 태워서 학교로 데려다 줄 일이 있으면 더 조심하게 됐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최모(39·여) 씨는 출퇴근길에 아이들을 차에 태워 학교로 데려다준다고 한다. 최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차량 주정차 금지가 시행돼 아이들의 등하교가 안전해진 점은 환영하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가는 일만큼은 여전히 부담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21일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전국 스쿨존 내 모든 도로에서 차량 주정차가 전면 금지된 지 100일째 되는 날이 28일이다. 하지만 스쿨존 내에 차를 잠시 세우는 것조차 어려워진 데다, 주차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퇴근 중 차를 몰고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가는 부모들은학교 주위에 일시적인 승하차가 어려워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최씨는 승하차 구역이 부족해져 일상에서도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그는 “차를 잠깐 공원에 세운 뒤 아이와 직접 걸어서 데려다준 다음에 집에 다시 돌아가서 차를 몰고 출근하고 있다”면서도 “가뜩이나 도로가 좁아서 주차난이 심각한데 노상주차장마저 없애버리니 차를 댈 곳이 전혀 없다. 가끔씩 무거운 짐을 옮길 때 공영주차장이 따로 없어 매번 집까지 들고 가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에 지정된 스쿨존은 총 1741곳이었지만, 폐원된 유치원, 어린이집 등이 있어 올해 1월에는 1735곳으로로 줄었다. 서울시는 법안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4만5466건을 단속했다. 같은 기간 부과된 과태료는 22억9404만원 정도였다. 스쿨존 주요 구간에 현재 959개가 세워진 24시간 무인단속카메라는 올해 안에 45대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통학거리가 멀거나 부득이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을 위해 잠시 정차를 허용하는 ‘어린이 보호구역 통학차량 안심승하차존(안심승하차존)’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운영되는 안심승하차존이 부족해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상태다.
서울시에 따르면 안심승하차존은 이달 27일 기준 370곳이 설치됐다. 하지만 서울에 스쿨존이 1700여 곳이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큰 도움이 안 되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올해 안심승하차존 189곳을 추가 설치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이마저도 서울시 전체 어린이보호구역 중 3분의 1 정도에 불과해 실효성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안심승하차존이 설치된 사실을 모르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김모(38·여) 씨는 “스쿨존 주차 금지가 시행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안심승하차존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그래도 아이들 안전이 우선이니까’는 생각으로 지금껏 스쿨존 바깥에 주차할 곳을 찾아 다녔다”고 토로했다.
노상주차장 역시 지속적으로 없애는 추세지만, 없앤 만큼 주차 공간이 추가적으로 확보되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폐쇄한 스쿨존 내 노상주차장은 150여 면으로 현재 354면이 남아 있다. 구별로는 ▷강남구(2면) ▷구로구(125면) ▷영등포구(186면) ▷종로구(41면) 등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노상주차장이 남아 있는 현장을 방문해보니 대체주차장 부족 문제 등 폐쇄하기에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며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도 사라지다 보니 그 과정에서 ‘왜 우리 주차 구역을 없애냐’며 주민들의 반발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등하교 시간에 맞춰 스쿨존 주정차 금지 시간을 조정하는 한편 안심승하차존 설치 시 지자체와 경찰 외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도 함께 협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관리공단 교수는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최소한의 주정차 공간이 없어진 것이 문제”라며 “현재 안심승하차존을 지정하는 데 있어 경찰과 지자체 간 논의가 오가지만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이 협의 대상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린이 교통안전을 지키면서도 시간, 장소, 방법에 대한 융통성을 어느 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등교 시 스쿨존에서 학교 보안관의 관리 아래 아이들이 차량에서 잠시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융통성과 함께 아이들의 하교 시간을 고려해 현재 오후 8시까지인 스쿨존 주차 차량 단속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