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 100일
“전지작업등 부수업무 요구 여전”
아파트 경비 노동자에게 허드렛일을 시키는 행위 등을 금지한 일명 ‘경비원 갑질금지법(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 지 28일로 100일이 됐다. 그러나 현장 경비원들은 전지(剪枝·가지치기) 작업 같은 명시되지 않은 부수 업무를 계속할 뿐더러, 명문화된 업무에 대한 입주민들의 요구는 더욱 커졌다며 “바뀐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에서 경비원으로 일한 A씨(69·남)씨는 경비원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전지·예초작업 등을 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아파트 단지 나무 가지치기 등 작업은 자격증이 있는 전문 업체에 맡겨야 하는데,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이 나오다 보니 경비원에게 맡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A씨는 “고령인 경비원들이 사다리 타고 올라가 작업을 하다 다칠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못하겠다고 하면 그만두라고 할까봐 말을 못 꺼내는 건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경비노동자모임을 운영하는 은평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경비 외 부수적 업무에 대한 입주민들의 요구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에선 경비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예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명시해 놓은 건데, 입주민 중에선 그 일을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여겨 더욱 요구해 업무가 많아졌다고 느낀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 “소규모 아파트 등 일이 더 많아진 분들은 오히려 (법 시행 전보다)후퇴했다는 말씀도 하신다”고 설명했다.
2020년 5월 입주민의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고(故) 최희석 씨와 같은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지적에 정부는 ‘경비원 갑질금지법’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경비원이 경비 외 종사할 수 있는 업무는 ▷청소와 이에 준하는 미화 보조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안내문 게시와 우편수취함 투입 ▷도난, 화재, 그 밖의 혼잡 등 위험발생 방지를 위한 주차 관리와 택배물품 보관 업무 정도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경비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환경은 여전하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설령 법에서 허용하지 않은 업무를 시키더라도 사실상 ‘을(乙)의 을’에 해당하는 경비원들은 거절할 수 없다. 아파트에 직접 고용되지 않는 이상 경비원들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선정한 용역업체의 소속이다. 입주자대표의 전화 한 통으로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현실은 그대로다.
전문가는 근본 원인은 고용 불안정이라며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경비원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유인책을 더욱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혜인 노무사(직장갑질 119)는 “지자체는 ‘공동주택’의 문제에 대해 나서야할 책임이 있다”며 “아파트가 자치 관리로 전환해 직접 경비원을 고용해 처우 개선에 힘쓰게 하거나 처우 개선에 나서는 곳엔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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