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와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모노즈쿠리(장인정신)’로 세계 제조업을 주름 잡던 일본의 소재부품 중소기업들은 현재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인력의 고령화, 설비 노령화, 원가절감 압박이 그것이다.

일본 인구는 1984년 1억2000만명대에 처음으로 도달한 이후 아직도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최근 10여년간은 지속 감소세다. 더 심각한 것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은 2021년 기준 세계 1위인 29.1%로, 2위 이탈리아(23.6%)와도 차이가 클 정도로 독보적이다. 당연히 일본의 생산현장에서도 젊은 인력을 찾기가 어렵다. 청년들이 도시 외곽이나 시골에 소재한 중소기업 공장에 취직하기를 꺼릴 뿐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문호 또한 활짝 개방하지 않고 있는 점도 노동인력 고령화를 부르는 문제다. 장인정신에 기초해 몇대를 이어가며 현장숙련공을 중시해온 전통은 이제 60대 이상 인력이 은퇴하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자국산 첨단 장비들로 무장했던 일본 중소기업들도 지금은 자금난으로 낡은 설비를 바꿀 여력이 없다. 일본기계공업연합회가 2018년 12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금속, 기계 분야의 설비 중 15년 이상 지난 제품이 50~80%에 이를 정도로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낙후 설비로 인해 생산 속도와 품질관리가 어려워지면서 거래처로부터의 대량·맞춤형·단납기 주문에 대한 대응이 불가해졌다. 또한 오르지 않는 상품가격 또한 기업들로서는 큰 부담이다. 원부자재 가격상승으로 생산원가는 크게 올랐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을 치러야 하는 대기업 거래처는 오히려 납품가격을 깎을 기세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 생산현장의 디지털 전환(DX)이다. 설비와 인력을 교체하고, 디지털화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해 2017년 경제산업성에서 스마트팩토리 로드맵을 발표했고, 2020년부터는 중소기업청에서 사업 재구축 보조금제도를 시행해 기업 규모에 따라 최대 1억엔까지 스마트팩토리 재구축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제조기업들이 대거 몰려 있는 나고야에서 지난해 10월 열린 ‘스마트팩토리 전시회’는 코로나19 영향에도 수많은 참가 기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올해는 전시면적이 1.5배 늘어날 만큼 이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호응이 뜨겁다.

일본 스마트팩토리시장의 성장은 한국 기업들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솔루션 개발 능력과 현장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신속성과 순발력 측면에서 한국 중소기업제품이 일본 기업들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 제조업 분야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발 빠른 DX 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이를 통해 습득한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일본 제조업 DX시장 진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남우석 코트라 나고야무역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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