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硏 전통석회 연구보고

“일제식 공구리 보다 훨씬 뛰어났다”

빛나는 선조의 기술복원 표준시방서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수백년전 건축물의 우리의 전통 콘크리트는 강했다. 일제 ‘공구리’가 들어오기 전 까지 조선의 콘크리트는 건축 전 과정에 다채롭게 활용됐으며, 지금의 현대식 건물 신축현장의 콘크리트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재료와 함께 어우러졌다. 심지어 쌀과 참기름도 쓰였다.

전통 라임모르타르·석고, 조선의 콘크리트 현미경 분석 결과 다채로운 색감과 재질이 드러났다.
전통 라임모르타르·석고, 조선의 콘크리트 현미경 분석 결과 다채로운 색감과 재질이 드러났다.

영어로 ‘Traditional Lime Mortar and Plaster’라고 표현되는 전통석회는 직역하면 ‘전통 석회모르타르와 석고’이다. 어느 면에서는 지금의 범용형 시멘트 보다 재료의 품격 면에서 좋다.

이는 우리나라 전통 문화유산 건축물의 기초나 채움, 마감의 결합재로 널리 활용됐다. 전통 석회는 ‘일제식 공구리(콘크리트)’에 밀려났지만, 뒤늦게나마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17년부터 외규장각 의궤 104권을 전수조사해 문헌을 고증하면서 기법을 부활시켰다.

문화재연구소는 백제 한성기 하남 감일동 석실묘와 남한산성 성곽 여장(女牆:몸을 숨길 수 있도록 낮게 쌓은 담) 등 54점의 재료적 특성을 규명하는 등 전통석회의 특성을 연구해왔다. 경복궁 향원정 곳곳에서 채취한 시료도 분석했다.

이어 지난 5년간의 연구를 토대로, 문화재 수리를 위한 석회의 종류와 품질에 따른 최적의 배합조건을 제시했다.

향원정 곳곳에서 채취한 전통 석회 시료
향원정 곳곳에서 채취한 전통 석회 시료
최근 복원공사를 완료한 향원정
최근 복원공사를 완료한 향원정

양생(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수분을 유지하고 충격을 받지 않고 얼지 않도록 보호하고 관리하는 일)환경과 동결융해(흙이나 건축 재료에 포함된 수분이 얼거나 녹는 현상) 시험을 통해 내구성 평가 결과를 확보한뒤, 창덕궁과 남한산성 현장에 시범적용하여 실증적 연구를 수행해 선조들의 빛나는 건축기술을 복원, 표준시방서를 개선했다.

주목할 점은 조선의 콘크리트에 쌀과 기름을 쓴다는 것이다. 죽미(粥米), 법유(法油)의 공법이다. 이 기발한 공법도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진이 고전 속 매뉴얼 문구를 실험으로 옮겨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 기법과 효과를 확인했다.

죽미(粥米)는 죽을 쑬 때 쓰는 쌀로 석회의 접합용으로 사용된다. 법유(法油)는 들기름으로 석회의 접합이나 칠하는 용으로 사용되었다. 법유의 방수효과로 석회 파손이 억제된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20일 전통석회의 제조기술을 규명하고 품질개선 연구 성과를 담은 문화재 보수용 전통석회 연구 종합보고서를 발간했다.

전통석회 연구 보고서
전통석회 연구 보고서

이번 보고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추진한 ‘문화재 보수용 전통석회 특성 연구’ 사업의 결과를 수록한 것으로, 보수용 전통석회의 고증, 재료와 성능 연구, 현장적용 연구 결과 등을 담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연구 결과를 석회를 사용하는 전돌(벽돌)공사, 미장공사 등 11개 공사분야와 관련된 ‘문화재수리표준시방서’의 정비와 개선에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문화재 공사의 품질 향상과 표준품셈의 적정성 확보를 위한 관련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키로했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