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법 허용한 공동행위에 5600억원 과징금 위기

공정위, 해외선 10년 전 폐지된 화주 사전협의 고수

해상 보험료 상승세…높은 운임에 비용 전가도 어려워

HMM 누리호. [연합]
HMM 누리호. [연합]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이후 급증한 물동량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던 국내 해운 업계가 새해 벽두부터 불확실성에 긴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해운법에 허용된 공동행위로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을 처지에 놓인 한편, 해외에서는 해운 보험료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가격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HMM, SM상선, 팬오션 등 국내 12개사와 해외 11개사 등 총 23개 해운사들에 대한 제재 여부 및 수위를 확정하기 위해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최종 결론은 이달 내에 나올 예정이다.

공정위는 2003~2018년 한국~ 동남아시아 노선 운송료를 담합하는 등 선사 간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선사들은 해운법 29조에 따라 외항 화물 운송 사업을 등록한 선사는 다른 사업자와 운임, 선박 배치, 화물 적재 및 운송 조건에 관해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만큼 공동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공정위는 해운사들이 운임을 책정할 때 화주와의 협의가 미흡했던 만큼 불공정행위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선사들은 공정위가 해운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크게 늘면서 화주와 사전협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화주 사전협의가 10여 년 전에 모두 폐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관건은 부과될 과징금의 규모다. 국내 해운사에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과징금 규모는 최대 5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관의 처사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의 법적 권한도 무시했고, 감사원의 권한까지 넘보는 등 제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해외 해상보험료도 해운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선주배상책임보험사인 P&I 보험조합국제그룹(IG P&I) 은 오는 2월 20일부터 적용되는 올해 보험료를 일과적으로 10~15% 인상하고 재보험요율도 평균 33% 올리기로 했다. IG P&I는 최근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사고 규모가 커진 것을 보험료 인상의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 2019년 9월 미국 조지아주 인근 해상에서 7700대급 자동차선 ‘골든레이 호’ 전복사고와 2020년 7월 모리셔스 해상에서 발생한 20만t 급 벌크선 ‘와카시오 호’ 좌초사고, 지난해 수에즈 운하 불통사태를 일으킨 ‘에버기븐 호’ 좌초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골든레이 호 손해배상청구금액은 8억4200만달러로 역대 두 번째 규모며, 에버기븐 호 배상액도 5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특히 IG P&I가 컨테이너선에 대한 재보험요율을 55%나 인상하면서 컨테이너선이 주력인 HMM은 올 한해 20% 정도의 보험료 인상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2만4000TEU 급 컨선 12척과 1만6000TEU 급 컨선 8척 등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인수하면서 인상 폭이 커졌다.

한 선사 관계자는 “평소라면 보험률 인상폭을 운임에 반영할 수 있었겠지만, 사상 최대치로 치솟는 운임에 보험료까지 화주에 전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