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되는 강남·강북 부동산 현장 가보니

강남권, 기존 보다 수억원 높은 호가 내놓고도 느긋

강남은 이미 대출 규제선도 넘어…대출 옥죄기와 상관 없어

은평구, 서울서 가장 먼저 매매가격 하락전환

강북 재건축 대장 ‘성산시영’도 1억원 하락

[헤럴드경제=서영상·이민경 기자]“대출규제 시행된 이후로 전세 찾는 사람이 뚝 끊겼고, 전셋값이 떨어지다 보니 매맷값도 같이 떨어지는 중입니다.”(응암동 A 공인 대표)

“기존 신고가보다 수억원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가격 협상은 없다며 못 박는 집주인들이 많아요. 양도세 등 세금을 계산해 보고선 당장은 안 팔아도 그만이라며 느긋해 합니다”(대치동 B공인 대표)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며 전국 부동산 시장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고가의 강남권과 중위 가격대의 강북권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기존 가격보다도 수억원이 높게 거래되는 신고가 경신이 계속되고 있는 반면, 강북권에서는 매수세가 실종된 상황에서 수억원의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거래되며 실거래가의 하락 움직임이 뚜렷하다. 상대적으로 느긋한 강남과 다급한 강북의 분위기다.

▶ 똘똘한 한 채 거래 이어지는 강남권…집 비어도 호가 안낮춰= 강남권은 정부의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 강화와 저금리로 풍부해진 유동성에서 비롯된 ‘똘똘한 한채’ 현상의 수혜지다. 보유세 부담에 매물을 내놓으려던 다주택자들도 양도세 중과 유예를 기다리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양상이다. 강남구 대치팰리스 앞에 소재한 한 공인 대표는 “심지어 집이 비어있는데도 호가를 낮출 생각을 안하고 목표치를 두고 팔겠다는 분들이 있다”며 “강남권은 이미 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을 넘어선 집들이 대부분이어서 정부의 대출규제와도 상관없다”고 했다.

[르포] 꼭짓점 찍었다는 강북 VS 연일 신고가 강남…두 얼굴의 서울아파트 [부동산360]
강남권에서는 연일 신고가 갱신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 앞. [헤럴드경제DB]

강남권에서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30평형대가 아닌 대형 평수 중에서도 3.3㎡ 당 1억원을 뛰어넘는 집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강남구 아이파크 전용면적 195㎡는 지난달 25일 7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거래된 것보다 16억 5000만원 높은 금액이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 94㎡는 지난달 40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한달 전 가격보다 2억원 오른 금액이다. 또 압구정 현대아파트 160㎡도 지난달 60억 2000만원에 거래되며 3달 전 가격보다 2억 2000만원 높은 가격에 손바뀜됐다.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151㎡도 지난해 11월 42억원에 거래되며 4월 거래된 가격보다 6억 4000만원이 올랐다.

반포자이 앞 C 공인 중개 대표는 “최근 서초동 집값은 주택 자금을 소명 해야 하니 10~20억 증여를 받은 고객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며 “코인이나 주식 또는 스타트업을 해서 돈을 벌었다는 고객들이 가격 흥정도 없이 집을 사면 곧바로 신고가가 경신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고가 거래가 속속 이뤄지고 있지만 전체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한달간 강남·서초·송파에서는 각각 329, 273, 263건이 거래된 것이 꾸준히 줄어 12월에는 29, 34, 34건이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거래절벽 현상이 계속되는 신고가 갱신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포자이 앞 D 공인중개 대표는 “매물이 너무 귀하다 보니 거래가 됐다하면 신고가”라며 “집주인들이 세금을 계산해 본 뒤 남는게 별로 없다고 생각되면 내놨다가도 계약 직전에 거둬들이기도 한다”고 했다.

▶ 실종된 매수세…강북 중저가 단지 가격 억대 하락= 이에 반해 서울 강북권역은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확연하다. 매수세가 실종된 상태에서 급매로 나오는 물건이 거래되면서 직전 실거래가 대비 평균 1억원씩 떨어지는 모습이 마포구 상암동과 은평구 아파트 단지 등에서 관측되고 있다.

[르포] 꼭짓점 찍었다는 강북 VS 연일 신고가 강남…두 얼굴의 서울아파트 [부동산360]
은평구는 지난해 12월 셋째주, 넷째주 연속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했다. 사진은 응암동 소재 아파트 단지 전경.[헤럴드경제DB]

강북지역 대표 재건축단지인 마포구 상암동 성산시영 아파트는 정책 변화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9일 전용50㎡이 최고가 11억2000만원(9층)에 거래되고나서 같은 면적의 매물 호가가 12억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곧이어 나온 대출규제로 인해 11억원선이 무너지고 10억원대로 돌아왔다. 10억7000만원(11월15일, 3층), 10억8000만원(11월27일, 11층)에 손바뀜됐다.

이 지역 A공인 대표는 “재건축아파트 2년 실거주 요건이 없어지면서 호가가 한번 쭉 올라갔다가 대출규제 때문에 다시 떨어졌다”면서 “지금은 시장 자체가 매수자가 없는데 상속물건이라든가 미리 이사갈 집을 계약한 일부 집주인들이 급하게 가격을 낮춰서 팔려고 하는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50㎡ 매물 호가는 10억1000만원까지 내려간 상태다.

은평구는 가장 먼저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전환한 곳이다. 한국부동산원의 2021년 12월 4주(27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은평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0.03% 하락한데 이어 0.02% 더 떨어졌다.

입주 3년차인 응암동 백련산SK뷰아이파크 60㎡(전용)는 지난해 1월 처음으로 9억원을 넘기고, 8월에는 최고가 10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방위적 대출규제가 시행되면서 9억원(12월1일, 14층)으로 돌아왔다.

응암동 B공인 대표는 “아파트 자체는 신축·준신축이지만 재개발된 아파트들이라 언덕빼기에 위치하고 지하철과도 최소 10분이상 거리가 있어서 실거주 매력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 시장이 인위적인 대출규제로 인해 위축된것인 만큼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은평구 불광동 C공인 대표는 “집값이 더 떨어지려면 급하게 팔 사람이 계속해서 나와야 하는데 대출도 안 나오고 서울 다른 지역은 더 올랐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전부 발이 묶였다”면서 “자기 집을 팔아서 갈 데도 없기 때문에 굳이 헐값에 팔려고 하지 않을것”이라고 설명했다.

[르포] 꼭짓점 찍었다는 강북 VS 연일 신고가 강남…두 얼굴의 서울아파트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