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KSOI ‘2030세대 정치·사회 인식조사’
文정부 이후 ‘부동산 폭등’ 반영하듯
절반 가까운 49% “부동산·금융 자산. 가장 불공정”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지지정당에 따라 응답 차이
“부동산=삶…부모 도움에 자산 격차, 자괴감 당연”
[헤럴드경제=신상윤·김빛나 기자] 최근 몇 년간 ‘공정’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를 관통한 화두였다. 2030세대에게는 더욱 그랬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계속된 부동산 폭등, 2019년 ‘조국 사태’, 2020년 ‘윤미향 사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논란’, 지난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대장동 의혹’….
2030세대들은 이 같은 사건들을 목도하면서 학력과 경력을 쌓는 것은 물론 돈 벌 기회조차 고루 돌아가지 않고, 내 집 하나 갖기도 어려운 곳이 세상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당연히 그 반향으로 ‘특권과 반칙 근절’이라는 공정에 대한 요구가 커진 세대가 2030세대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공정이 최고의 덕목인 이들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로 2030세대 10명 중 6명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 폭등 여파를 반영하듯, 가장 많은 절반가량이 ‘부동산과 금융 자산’을 우리 사회의 가장 불공정한 분야로 꼽았다.
헤럴드경제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여론연구소(KSOI)에 의뢰,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만 18~39세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가 공정한지에 대해 설문조사 했다. 5일 공개한 이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9%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공정하다’는 33.7%에 불과했다. ‘모름·무응답’은 1.4%였다.
‘별로 공정하지 않다’와 ‘전혀 공정하지 않다’는 각각 47.9%, 17.0%였다. ‘어느 정도 공정하다’는 32.4%였고, ‘매우 공정하다’는 1.3%에 불과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65.8%, 여성의 63.9%가 각각 ‘불공정하다’고 답해 큰 차이가 없었다. 세부 연령별로 보면 ‘불공정하다’는 응답은 2030세대 중 사회 경험이 가장 많은 만 35~39세와 구직자가 많은 25~29세가 각각 71.4%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만 30~34세는 66.5%였고, 만 18~24세가 51.0%로 가장 낮았다.
정치 이념 성향이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중 70.0%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진보’와 ‘중도’라고 밝힌 응답자도 각각 66.5%, 60.6%가 ‘불공정하다’고 답해 정치 이념에 따른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와 지지 정당에 따라 대답이 갈렸다.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71.1%가 ‘불공정하다’고 밝힌 반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한 응답자는 ‘불공정하다’고 대답한 경우가 58.0%로 확연히 적었다.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61.6%와 70.2%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각각 77.3%, 63.1%가 ‘불공정하다’고 답한 반면 최근 민주당과 합당을 추진 중인 열린민주당 지지자 중 ‘불공정하다’고 한 응답자는 절반에 못 미치는 48.1%였다.
‘우리 사회의 가장 불공정한 분야(복수 응답 가능)’로 2030세대 중 48.5%가 ‘부동산과 금융 자산’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부(富)의 대물림 문화(38.8%) ▷약자에 대한 ‘갑질’(37.1%) ▷임금 등 근로 소득(24.7%) ▷채용과 승진(22.9%) ▷교육의 기회(13.3%)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 중 49.0%, 여성 중 48.0%가 ‘부동산과 금융 자산’을 가장 불공정한 분야로 골라 성별간 차이는 없었다.
공정에 대한 평가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지지 정당에 따라 대답이 엇갈렸다. 국정 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가장 불공정한 분야로 각각 가장 많은 51.3%와 47.9%가 ‘부의 대물림 문화’를 골랐다. 반면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본 응답자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각각 55.3%가 ‘부동산과 금융 자산’을 골라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노력했음에도 공정하지 못해 뜻을 이룰 수 없는 현실에 실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스펙’을 쌓는 데 청춘을 바쳐 공정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자산 격차가 심해지니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고, ‘기회’ 부여조차 가능하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은 곧 삶이다. 주거가 안정되지 않으면 삶이 어려워진다”며 “본인 노력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냐, 없냐에 따라서 삶의 여부가 갈려 있으니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폭등으로 해당 자산 가격까지 차이가 벌어지니 자괴감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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